
'실손24' 2단계 시행… 확대는 됐지만 현장은 ‘조용’
실손의료보험 청구 전산화 시스템 '실손24'가 지난달 25일부터 2단계 시행에 들어갔다. 대상이 약국과 의원급 의료기관까지 확대됐지만, 현장에서는 참여율과 체감도가 모두 낮은 상황이다.
대한약사회는 약국 청구 소프트웨어(PharmIT3000, PM+20 등)를 통해 약국들이 손쉽게 '실손24'에 참여하도록 안내했으나, 지난달 29일 기준 약국 참여율은 전체의 5.1% 수준에 머물렀다. 금융위원회가 참여 약국에 보험료 할인(3~5%)과 신용보증기금 보증료 감면(0.2%포인트) 등의 인센티브를 제시했지만 실제 이용은 제한적이다.
서울 종로구의 한 약사는 "조제와 복약지도만으로도 하루가 빠듯하다"며 "행정 부담이 적다고 하지만, 당장은 도입이 쉽지 않다"고 말했다. 인천 부평구의 약사 역시 "시행 초기라 추이를 지켜보는 중"이라며 "반응을 보면서 추후 도입을 검토할 예정"이라고 전했다.
제도 시행 초반인 것을 감안해도, 환자 문의 자체가 없다는 말도 많다. 일부 약사는 "청구 절차가 단순해졌다는데, 실손청구에 대한 문의 자체가 거의 없다"며 "홍보가 부족하다 보니 체감도 낮다"고 말했다.
일부 약국은 사용하는 청구 프로그램이 실손24에 연동되지 않아 참여가 불가능한 경우도 있다. 금융위원회에 따르면 유비케어, 비트컴퓨터, 이지스헬스케어, 기고(GIGO) 등 4개 업체는 아직 실손24에 참여하지 않았다. 유비케어의 '유팜(U Pharm)'은 자체 핀테크 연동 방식을 사용하고 있어, 환자가 알림톡을 통해 직접 동의해야 청구가 이뤄진다.
서울 소재 약국 관계자는 "우리 프로그램은 실손24에 연결되지 않아 안내가 어렵다"며 "현재는 문의가 거의 없지만, 이용이 늘면 대책이 필요할 것 같다"고 말했다.
실손24의 핵심 장점은 '간편함'과 '속도'다. 기존에는 병원·약국 이용 후 보험금 청구를 위해 진료비 영수증, 처방전, 진료확인서를 직접 제출해야 했지만, 실손24를 이용하면 이러한 서류 제출 과정이 생략된다. 보험사가 병원 전산시스템을 통해 정보를 자동 수신해 청구를 처리하기 때문이다.
직장인 박 모(40) 씨는 "병원이 등록기관이라 간편하게 청구를 처리했다"며 "시간과 비용을 아낄 수 있었다"고 말했다. 그러나 "병원이나 약국에서 제도에 대한 설명이 없었다"며 홍보 부족을 지적했다.
서울 거주 20대 직장인 김 모 씨는 "병원을 자주 다니지만, 실손24는 처음 들어본다"며 "다니는 병원은 등록돼 있지 않아 이용이 불가능했다"고 말했다.
보험개발원에 따르면 10월 21일 기준 전국 요양기관 9만6000여 곳 중 참여기관은 3,152곳(3.3%)이다. 먼저 시작한 병원·보건소는 59.4%로 비교적 높은 편이지만, 의원급은 0.1%, 약국은 5.1% 수준에 그친다. 소비자 편의를 위해 네이버지도·카카오맵에서 참여기관을 검색할 수 있도록 개선한 상태다.
보험설계사들의 반응도 엇갈린다. 한 법인보험대리점(GA) 소속 설계사는 "고객이 청구 후 금액에 대한 문의를 할 때, 진료 내역을 확인하기 어려워 불편하다"고 말했다. 반면 또 다른 설계사는 "간단한 진료비 중심 고객은 실손24로 빠르게 청구돼 만족도가 높다"며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보험개발원은 "소비자 편의성을 높이기 위해 금융감독원, 생명보험협회, 손해보험협회 등 유관기관과 함께 시스템을 지속적으로 개선하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