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정치의 판도를 바꾸는 새로운 무기, 경제가 그 중심에 서고 있다. 미국 출신 정책 전문가 에드워드 피시먼이 최근 펴낸 ‘국가는 무엇으로 싸우는가’는 군사력 대신 경제 수단이 현대 국제 질서를 재편하고 있다는 사실을 날카롭게 조명한다. 달러 결제망, 반도체 공급망, 금융 인프라 등 보이지 않는 시스템이 오늘날 국가 간 갈등의 핵심 무대가 됐음을 구체적 사례를 통해 입체적으로 보여준다.

과거의 전략적 요충지는 해협이나 항로였다. 그러나 이제는 SWIFT 같은 국제 결제망, 미국이 주도하는 달러 기반 금융 시스템, 그리고 첨단 기술의 핵심인 반도체 생산 생태계가 새로운 '초크포인트'로 부상했다. 이 책은 이란과 러시아에 대한 금융 제재, 중국 기업을 겨냥한 기술 수출 통제, 우크라이나 전쟁 후의 원유 가격 상한제까지, 경제 수단이 어떻게 외교와 안보 정책의 전면에 나섰는지를 정리한다.
저자는 미국 행정부별로 경제전략의 진화 과정도 조명한다. 오바마 시절에는 제재를 외교 협상의 도구로 활용한 반면, 트럼프 행정부는 관세와 수출 통제를 적극적으로 사용하며 경제전쟁의 성격을 근본부터 바꿨다고 분석한다. 특히 이러한 조치가 동맹국에도 적용되면서, 경제 수단은 일시적 압박을 넘어 세계 질서를 설계하는 장기적 전략으로 전환되고 있음을 지적한다.
책의 신뢰도는 저자의 경험에서 비롯된다. 미국 국무부와 재무부에서 이란·러시아 제재 정책을 직접 기획한 실무자 출신인 그는 백악관 내부 회의부터 유럽 외교 채널, 글로벌 금융기관에 이르기까지 100여 명의 핵심 인물 인터뷰를 바탕으로 현장을 생생하게 재구성했다. 이는 단순한 분석을 넘어, 정책이 만들어지는 과정 그 자체를 기록한 것과 다름없다.
이러한 흐름은 보험업계에도 간접적인 영향을 미친다. 글로벌 금융 네트워크의 불확실성이 커지며 위험 평가의 복잡성은 증가하고 있고, 국가 간 제재와 기술 경쟁이 장기화될 경우 보험 리스크 프레임워크 전반에 재검토 필요성이 제기된다. 특히 다국적 기업의 자산 운용과 리스크 분산 전략 변화는 보험사의 포트폴리오 관리에도 파급 효과를 줄 수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