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실손의료보험 청구의 디지털 전환이 핵심 인프라 부재로 인해 제자리걸음을 하고 있다. 전자의무기록(EMR) 시스템을 운영하는 주요 기업들의 협조가 원활하지 않으면서 의료기관의 실손24 서비스 참여율이 전체의 28.4%에 머물고 있는 것으로 집계됐다. 금융위원회는 지난 15일 보험개발원과 금융감독원 등 유관 기관과 함께 점검 회의를 열고, 보다 적극적인 기술 지원과 접근성 제고 방안을 논의했다.
병원과 약국이 실손24 시스템에 연동되기 위해서는 대부분 EMR 업체의 중개가 필요하지만, 현재까지도 다수의 대형 업체가 경제적 보상이나 기술적 부담 등을 이유로 참여를 꺼리고 있다. 특히 의원급 의료기관 대부분이 이용 중인 시스템이 서비스에 포함되지 않으면서, 실제 이용 가능한 기관 수는 기대 이하로 머무르고 있다. 치과와 같은 일부 진료 과목은 청구 대상 항목이 제한적이라는 점도 연계를 꺼리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이에 당국은 요양기관의 기술적 부담을 줄이기 위해 보안 인증서와 고정 IP 확보의 책임을 보험개발원으로 일원화할 방침이다. 이르면 올해 2분기부터 병·의원이 직접 준비해야 했던 보안 요건이 시스템 차원에서 지원되면서 연계 절차가 간소화될 전망이다. 더불어 기존에 EMR 업체를 통하던 신청 구조에서 벗어나, 의료기관이 직접 실손24 프로그램 내 팝업을 통해 신청할 수 있는 자동화 시스템도 도입된다.
소비자 입장에서도 서비스 접근 방식이 크게 개선된다. 신용정보원의 ‘크레딧포유’와 연동되면서 본인이 가입한 다른 보험 상품까지 한 번에 조회할 수 있게 되고, 은행·카드사 앱에서도 웹뷰를 통해 별도 앱 설치 없이 청구가 가능해진다. 네이버지도 등 주요 플랫폼에도 실손24 연계 기관 정보가 표시돼 진료 전에 연동 여부를 확인할 수 있게 된다는 점도 향후 확산에 긍정적인 신호로 평가된다.
금융당국은 EMR 업체와의 협의를 지속하는 동시에, 요양기관의 자발적 참여를 유도할 마케팅 지원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3분기부터는 연계 기관에 앱 내 홍보 기능과 청구 건수 노출을 허용해 시장에서의 경쟁력을 높여줄 계획이다. 실손24의 성공 여부는 결국 기술 인프라와 이해관계자 간 협업의 균형에 달려 있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