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전자의무기록에 막힌 실손24… 금융당국, 참여 확대 ‘추진’
국민 편의를 위해 도입된 실손의료보험 청구전산화(실손24) 서비스가 동네 병·의원의 참여 저조로 반쪽짜리 서비스에 머물고 있다. 이에 금융당국은 요양기관(병·의원, 약국)의 직접 기술지원을 확대하고, 소비자 접근성을 높이는 방안을 꺼내 들었다.
금융위원회는 지난 15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금융감독원, 보험개발원, 생명·손해보험협회 등 유관기관과 함께 점검 회의를 개최했다. 이날 실손24의 요양기관 연계 현황을 진단하고, 참여 확대 방안을 추진하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 병·의원 연계 최대 장벽 “대형 EMR 업체 비협조”
지난 1일 기준 전체 요양기관 10만4925개 중 실손24 연계가 완료된 곳은 28.4%인 2만9849개에 불과하다. 서비스 시행 이후 실손24를 통한 누적 청구 건수는 180만 건(이용자 140만명)으로 집계됐으나, 전체 실손의료보험 계약 건수인 3915만 건에 비하면 저조한 수준이다.
가장 큰 문제는 병·의원의 전자의무기록(EMR)을 관리하고 수수료를 수취하는 대형 EMR 업체들의 비협조다. 현재 실손24 참여에 동의하거나, 참여 EMR을 이용해 연계가 가능한 요양기관은 전체의 57.8%(6만628개)다. 그러나 미참여 의원급 대다수가 이용하는 대형 EMR 업체들이 경제적 이익을 요구하며 시스템 참여를 거부해 연계가 가로막힌 상황이다.
일부 치료 종목의 특수성도 원인으로 꼽힌다. 치과의 경우 이미 EMR 업체가 참여해 전체 병원의 약 20%를 차지하고 있으나, 아말감 등 실손의료보험 청구 대상 자체가 적어 병원 차원에서 적극적으로 연계할 유인이 부족한 실정이다. 또한 EMR 업체가 요양기관의 의사를 취합, 보험개발원에 일괄 신청해야 하는 이중구조 탓에 절차가 복잡하다는 점도 문제로 지적됐다.
■ EMR 의존도 낮추고 ‘직접 연계’ 유도
금융당국은 EMR 업체의 참여를 설득하는 한편, 요양기관의 자발적 참여를 이끌어내기 위한 지원책을 마련했다.
올해 2분기부터는 요양기관이 보안을 위해 직접 준비해야 했던 SSL 인증서와 고정 IP의 준비 주체를 보험개발원으로 완전히 전환한다. 이를 통해 보안수준을 유지하면서 병·의원의 기술적 부담과 비용을 줄일 수 있게 된다.
참여 신청 절차도 간소화된다. EMR 업체를 거치지 않고 요양기관이 실손24 프로그램 내 팝업 안내 등을 통해 직접 연계를 신청할 수 있도록 시스템을 자동화한다. 3분기부터는 실손24 연계 병·의원에 앱 내 소개글과 이미지를 올릴 수 있는 권한을 부여하고, 청구 건수를 표기해 주는 마케팅 인센티브를 제공한다.
■ 앱 설치 없이도 청구… 소비자 밀착 ‘인프라’ 구축
한편 소비자가 실손24의 편리함을 체감할 수 있는 기능이 확충된다. 가장 큰 변화는 타 보험 조회 기능 및 금융기관 앱과의 연계다. 2분기부터 신용정보원의 본인신용정보열람서비스인 ‘크레딧포유’와 연동된 실손24 앱에서 본인이 가입한 질병보험, 치아보험 등 다른 보험계약 내역을 일괄 조회할 수 있다.
또한 보험사 모바일 앱은 물론, 은행이나 카드사 등 타 금융기관 앱과 실손24를 웹뷰 방식으로 연계한다. 이를 통해 실손24 앱을 별도로 사용하지 않아도 평소 쓰던 금융 앱에서 청구가 가능해진다.
이와 함께 2분기 중으로 네이버지도 등 플랫폼 지도 서비스와 실손24 자체 지도에 청구전산화 연계기관 정보를 표시, 소비자가 병원 예약 단계부터 연계 여부를 쉽게 확인할 수 있도록 할 방침이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요양기관과 EMR 업체와의 지속적인 협의와 함께, 소비자 편의성을 높이기 위한 개선 과제들을 차질 없이 추진해 나갈 계획”이라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