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자율운항 선박의 상용화를 위한 기술과 보험의 융합이 일본에서 본격화되고 있다. 손보재전(SOMPO JAPAN), 가와사키중공업, 소프트뱅크 등 보험·제조·통신 분야의 주요 기업들이 ‘안전운항 통합 솔루션’ 구축을 위한 기본합의를 체결하며 새로운 생태계 조성에 나섰다. 이는 단순한 기술 개발을 넘어, 자율운항 시대에 대비한 리스크 관리 체계를 동시에 마련하려는 전략적 움직임으로 평가된다.
해운업계의 구조적 과제가 이번 협업의 출발점이다. 숙련 선원의 고령화와 인력 부족이 심화하면서, 특히 항만 접근 및 정박 과정에서의 인적 오류 위험이 지속적으로 제기돼 왔다. 가와사키중공업은 이러한 상황을 해소하기 위해 기상 및 해상 조건을 실시간 반영하는 자동 보정 시스템을 적용한 조종 지원 기술을 개발했으며, 운항자의 부담을 현장 중심에서 줄이는 데 초점을 맞췄다.
소프트뱅크는 전국 3300여 개 기준국을 활용한 고정밀 측위 서비스 ‘이치밀(Ichimill)’을 제공함으로써, 수 센티미터 단위의 정확도를 기반으로 한 실시간 위치 기반 서비스를 뒷받침한다. 이는 자율운항 알고리즘의 신뢰성을 높이고, 사고 예방에 기여할 것으로 기대된다. 데이터 중심의 운항 효율화는 물론, 조종 과정의 표준화와 안정성 제고에도 기여할 전망이다.
손보재팬은 이들 기술에 대한 사회적 수용을 뒷받침하는 보험상품 개발에 나선다. 사고 발생 시 미디어 대응과 여론 관리에 소요되는 비용을 보장하는 ‘매스컴 대응 비용 보험’과, 운항 중단으로 인한 여객 이동 및 숙박 등 부대비용을 보전하는 ‘여객선 대체 비용 보험’이 대표적이다. 이는 자율운항 기술에 대한 신뢰를 높이고, 사고 발생 시에도 안정적인 대응 체계를 마련하려는 포석이다.
향후 세 기업은 고정밀 측위 시스템과 조종 지원 기술의 연계뿐 아니라, 운항 데이터 기반의 리스크 평가 모델과 맞춤형 보험 설계, 자율운항 대응 보험상품의 공동개발도 추진할 계획이다. 연내 사업화 로드맵을 구체화하고, 국내외 선사 및 항만으로 적용 범위를 넓혀갈 방침이다. 보험업계에서는 기술 리스크를 사전에 흡수할 수 있는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이 정착할지 주목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