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민연금이 향후 수년간 수익률 개선과 보험료율 조정을 통해 재정 안정성을 확보하려는 움직임을 보이는 가운데, 노후 소득 보장의 핵심 축으로 사적연금 강화가 거론되고 있다. 한국금융연구원과 한국금융학회는 지난 14일 서울 중구 은행회관에서 ‘인구구조 변화와 생애주기별 자산 형성’을 주제로 정책심포지엄을 열고, 초고령화 사회에 대비한 연금제도의 구조적 개편 필요성을 강조했다. 이 자리에서 강성호 보험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국민연금만으로는 노후 소득 대체율을 감당하기 어렵다며, 사적연금의 전면적 개선이 시급하다고 진단했다.
현재 사적연금의 기능은 제한적이라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2024년 기준 퇴직연금 가입률은 절반도 채 안 되는 53.3%에 머무르고 있으며, 개인연금 적격 가입률은 2022년 기준 9.9%에 불과하다. 특히 영세사업장과 저소득층의 참여는 극히 미흡한 실정이다. 운용 측면에서도 87%에 달하는 퇴직연금 자산이 원리금보장형 상품에 편중되며 수익률이 2%대에 갇혀 있어 장기적 자산 형성에 한계가 뚜렷하다.
지난해 퇴직연금의 중도인출 및 해지 금액은 14조5000억원에 달했고, 이직 후 IRP 계좌 해지도 2조7000억원에 이른다. 문제는 수급 단계에서도 이어진다. 2022년 기준 55세 이상 가입자 중 연금 방식으로 수령한 비율은 7.1%에 그쳤으며, 대부분이 일시금을 선택해 노후 자산의 지속성을 확보하지 못하고 있다. 이에 따라 퇴직연금의 실질 소득대체율은 1.4%, 개인연금은 2.1%에 머무르며, 강 연구위원은 이를 “기대 수준에 크게 못 미친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장기적으로는 사적연금이 국민연금을 추월할 만큼 자산이 축적될 전망이다. 2050년경 퇴직연금 적립금이 국민연금 기금을 상회할 것으로 예상되면서, 이 방대한 자금이 제대로 된 노후 안전망으로 기능할 수 있는 제도 설계가 시급한 과제로 떠올랐다. 전문가들은 가입 단계에서의 자동가입(Opt-out) 도입, 세제 혜택 확대, 운용 단계에서의 디폴트옵션 내실화, 수급 단계에서의 연금 수령 유도 정책 등 전周기 전략이 필요하다고 제안한다.
강 연구위원은 “연금 수령을 원칙화하되 종신형, 확정형 등 다양한 방식을 도입해 선택지를 넓혀야 한다”고 강조하며, 이를 뒷받침할 컨트롤타워 설치와 선진국 수준의 세제 지원도 병행돼야 한다고 덧붙였다. 보험업계에서는 이러한 제도적 변화가 사적연금의 신뢰를 회복하고, 장기적으로 자산 운용 산업의 성장 기반을 마련할 수 있을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