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려지던 사과와 배나무 가지가 버섯 재배의 주요 원료로 다시 태어날 전망이다. 농촌진흥청은 과수원에서 가지치기 후 폐기되는 전정가지를 팽이버섯 배지 원료로 활용하는 연구 결과를 16일 발표했다. 기존에는 옥수수 알맹이를 탈곡하고 남은 속대(옥수수속대)를 주로 수입해 사용했지만, 앞으로는 국내에서 발생하는 나뭇가지로 이를 대체할 수 있는 길이 열렸다.
우리나라는 버섯 배지 원료의 상당 부분을 수입에 의존해 왔다. 2022년 기준 배지 원료 수입량은 약 11만 톤으로 전체 사용량의 61%를 차지한다. 특히 옥수수속대는 배지의 물리적 성질을 유지하고 영양분을 공급하는 핵심 원료로, 팽이버섯이나 큰느타리버섯 배지의 30~40%를 차지한다. 국제 곡물 가격 변동이나 수급 상황에 따라 농가의 경영 부담이 커질 수밖에 없는 구조였다.
이에 농촌진흥청은 국내에서 매년 대량으로 발생하는 과일나무 전정가지에 주목했다. 특히 사과나무 전정가지는 약 170억 원의 시장 가치가 추산될 만큼 자원화 잠재력이 높고, 배나무 전정가지의 경우 27.5%가 소각 처리되는 실정이어서 효율적인 자원 전환 대책이 필요했다. 연구진은 먼저 버섯 생장에 중요한 지표 중 하나인 탄소와 질소 비율(탄질비, C/N율)을 분석했다.
분석 결과, 과일나무 전정가지의 탄질비는 60~70 수준으로 옥수수속대와 매우 유사한 특성을 보였다. 이를 바탕으로 기존 팽이버섯 배지(옥수수속대 35%, 쌀겨 33% 혼합)에서 옥수수속대를 전량 사과 전정가지로 대체한 실험을 진행했다. 그 결과 병당 버섯 수확량이 8.6% 증가했으며, 배 전정가지로 대체했을 때는 9.4% 증가해 뚜렷한 생산성 향상 효과를 확인했다.
특히 사과 전정가지 배지에서 키운 팽이버섯은 대(자루) 길이가 7.0mm 더 길어졌고, 갓과 대의 밝기(명도)가 개선돼 전체적으로 깨끗한 흰색을 띠었다. 투입한 배지 대비 생산된 버섯 무게의 비율을 나타내는 '생물학적 효율'도 과일나무 배지가 기존 배지보다 5.4~7.9% 포인트 높았다. 이는 같은 양의 배지로 더 많은 버섯을 수확할 수 있음을 의미한다.
경제적 효과도 상당하다. 연구진은 과일나무 전정가지를 1~3cm 크기로 파쇄해 사용하는 가공 과정을 고려하더라도, 옥수수속대를 전정가지로 대체하면 2톤 포대(톤백) 규모(약 3만 병 기준)당 약 200만 원의 이익이 발생하는 것으로 분석했다. 여기에 비용 절감과 수량 증가 효과를 모두 환산하면, 농가 한 곳당 연간 약 6억 2천만 원의 소득 증대 효과가 기대된다.
한편 2025년 기준 사과와 배 전정가지 발생량은 총 76만여 톤에 이를 것으로 추정된다. 농촌진흥청 국립원예특작과학원 버섯과 노형준 과장은 "이번 기술은 버려지던 농산부산물을 순환자원으로 활용해 농업 현장의 폐기물을 줄이고, 탄소 저감까지 실천한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며 "버섯 농가와 인근 과수 농가를 연계해 지역 자원 순환형 버섯 재배 모델로 확산해 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번 연구는 수입 원료 의존도를 낮추고 농가 경영비를 절감하는 동시에, 과수 농가에서 처리 곤란을 겪는 전정가지 폐기 문제를 해결하는 일석이조의 효과를 거둘 것으로 보인다. 특히 최근 탄소중립과 자원 순환에 대한 사회적 요구가 높아지는 가운데, 농업 분야에서도 실질적인 탄소 감축과 자원 재활용 사례를 만들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앞으로 농촌진흥청은 과수 농가와 버섯 농가 간 협력 체계를 구축해 이 기술을 전국으로 확대 적용할 방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