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동전쟁 장기화에 따른 국내 고용시장의 불확실성이 커지는 가운데, 정부가 고용위기지역 지정 요건을 대폭 완화하고 고용유지지원금 지원 대상을 확대하는 등 현장 밀착형 대응에 나섰다.
고용노동부는 4월 13일 김영훈 장관 주재로 제3차 비상고용노동상황점검회의를 열고, 중동전쟁으로 인한 고용 충격을 최소화하기 위한 제도 개선 방안과 추경 집행 계획을 집중 점검했다.
이날 회의에서 가장 주목받은 내용은 고용위기지역과 특별고용지원업종 지정 요건의 신속한 개선이다. 현재는 직전 12개월간의 고용보험 피보험자 증감률, 구직급여 신청자 증가율 등을 기준으로 판단했지만, 앞으로는 산정 기간을 직전 6개월로 단축한다. 이렇게 하면 단기적인 고용 충격이 통계에 희석되지 않고 즉각 반영돼 보다 신속한 위기 포착이 가능해진다.
또한 일용직 근로자의 고용 상황도 정량 요건 판단에 포함하기로 했다. 그동안은 상용직 위주로만 판단해 일용직의 고용 불안정이 제대로 반영되지 못했지만, 앞으로는 일용직이 회사 사정으로 이직해 구직급여를 신청한 경우도 고용위기 판단 지표에 포함된다. 이는 상대적으로 고용이 불안정한 일용직 노동자들의 어려움을 정책에 반영하겠다는 취지다.
고용유지지원금 지원 기준도 대폭 완화된다. 원유 수급 차질로 직접 타격을 받는 석유 정제품 제조업과 화학물질·화학제품 제조업 사업주, 그리고 중동 지역 수출 기업으로 물류 애로를 겪는 사업주에 대해서는 매출액 감소 기준을 충족하지 못하더라도 고용유지지원금을 지급하기로 했다. 이는 엄격한 요건 때문에 지원을 받지 못하는 현장의 목소리를 반영한 조치다.
김영훈 장관은 "제도적 요건이나 절차가 현장과 괴리되어 있다면 이를 신속하게 개선해 필요한 지원이 적시에 이루어질 수 있도록 바꿔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중동전쟁의 불안정한 정세가 실물경제와 일자리에 직접적인 충격으로 본격화될 수 있는 만큼, 최악의 상황까지 염두에 두고 공급망 충격이 일자리와 취약계층의 위기로 전이되지 않도록 선제적으로 대응하겠다"고 밝혔다.
한편 지난주 확정된 2026년 제1차 추경(4,165억 원)은 중동전쟁 위기로부터 고용 충격을 완화하고 취약 노동자의 권리구제와 생활 안정, 청년층 집중 지원 등 민생 안정에 초점이 맞춰졌다. 김 장관은 각 사업별 집행 계획에 따라 즉시 공모 절차에 착수하고 지방정부와 적극 협의해 차질 없는 집행에 만전을 기할 것을 지시했다.
특히 청년 일자리 예산이 단 한 푼도 불용되지 않도록 총력을 다할 것을 주문했다. 이를 위해 지역 내 우수 중견기업의 청년 채용을 늘리도록 청년일자리도약장려금 대상 기업과 참여 청년을 적극 발굴하고, 대기업이 제공하는 양질의 일경험과 직업훈련이 지방 청년들에게까지 전달될 수 있도록 지원을 강화할 계획이다.
이번 회의에서는 지방관서별로 석유화학, 철강 등 위기가 가시화된 업종과 협력업체 동향도 보고됐다. 현장에서는 고용유지 등 지원이 시급하지만 요건을 충족하지 못해 지원을 받지 못하는 사례가 발생하고 있다며 정부의 적극적인 대응을 요청했다.
고용노동부는 관계부처 협의와 행정예고 등을 거쳐 이달 중으로 관련 고시를 개정할 예정이다. 이를 통해 고용위기지역과 특별고용지원업종 지정 요건 개선안을 확정하고, 고용유지지원금 세부 인정 기준도 마련해 시행에 들어갈 방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