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억원 금융위원장이 4월 7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석유화학·정유업계와 첫 번째 산업-금융권 릴레이 간담회를 열고 중동지역 지정학적 긴장으로 인한 업계의 애로를 청취했다. 금융위원장은 “중동상황으로 인한 석유화학·정유업계의 애로를 금융권이 직접 듣고 함께 극복하겠다”며 금융지원 방안을 밝혔다.
이번 간담회는 중동사태가 장기화됨에 따라 가장 직접적인 피해를 입은 석유화학·정유 산업을 대상으로 마련됐다. 이들 산업은 원유 수급이 중동 공급망과 직결돼 있어 전 산업에 기초자재를 공급하는 기반산업이라는 점에서 우선 지원이 필요하다는 판단이다. 금융위원장은 “특히 석유화학·정유산업은 원자재 수급이 중동지역과 직결돼 가장 먼저 직접적 피해를 보고 있다”며 “자동차, 조선, 전자, 건설, 물류 등 모든 산업에 영향을 미치는 만큼 가장 먼저 목소리를 듣는 자리를 마련했다”고 설명했다.
금융위는 현재 정책금융기관을 통해 24조 3천억원 규모의 신규자금 지원 프로그램을 운영 중이며, 정부 추경안이 국회를 통과하면 26조 8천억원으로 확대될 전망이다. 산업은행, 기업은행, 수출입은행, 신용보증기금 등 4개 정책금융기관은 사태 발생 후 즉시 프로그램을 가동하고 규모를 20.3조원에서 24.3조원으로 확대했다. 기존 대출에 대해서도 만기연장과 상환유예를 지원하고 있다. 민간 금융권도 5대 금융지주와 은행권이 중심이 되어 53조원 이상의 신규자금을 공급하고 만기연장과 상환유예도 함께 시행하고 있다. 지난 3월 한 달간 정책·민간금융은 중동지역 수출입기업, 고유가·고환율 영향업종, 관련 협력·납품업체 등에 약 10조 7천억원 이상의 신규자금과 대출 만기연장을 지원했다.
특히 중소·중견기업의 자금 조달을 돕기 위해 신용보증기금의 P-CBO 차환 조건을 완화했다. P-CBO는 회사채를 기초자산으로 신용보증기금이 원리금을 보증해 유동화증권을 발행·유통하는 제도로, 자체 회사채 발행이 어려운 중소·중견기업이 자금을 조달할 수 있도록 지원한다. 이번에 중동상황 피해 기업을 위해 상환비율을 최소 10%에서 5%로 낮추고, 후순위 인수비율과 가산금리도 대폭 하향 조정했다. 이에 따라 1년 내 만기가 도래하는 중동 피해 중소·중견기업의 P-CBO 발행잔액 약 9천억원 중 석유화학 기업의 1천700억원이 차환 지원 대상이 될 전망이다.
또한 석유화학과 정유산업의 안정화를 위해 산업은행과 수출입은행이 한국석유공사의 원유 확보를 위한 유동성 지원 방안을 논의 중이다. 아울러 석유화학, 반도체, 자동차, 디스플레이, 철강, 이차전지 등 6개 주력산업의 사업재편과 재무구조개선을 지원하는 1조원 규모의 ‘기업구조혁신펀드 6호’가 이달 조성을 완료하고 본격 투자에 들어간다. 이를 통해 산업의 안정성과 경쟁력이 제고될 것으로 기대된다.
간담회에 참석한 기업들은 중동상황으로 인한 원자재 수급 차질과 가격 급등으로 경영 부담이 심화되고 있다고 호소했다. 특히 중국발 공급과잉 등으로 사업재편이 추진 중인 상황에서 원자재 가격이 급등해 산업 전반의 경영 부담이 가중되고 있다고 우려했다. 무역 제재 대상이 아닌 미국이나 아프리카 등에서 긴급 원료를 확보하고 있지만, 사태가 장기화될 경우 생산 자체가 중단될 가능성도 있다고 밝혔다. 이에 금융권은 각 기관의 지원 프로그램을 통해 현장 애로를 완화하고, 기관 간 유기적 협업을 통해 두텁고 체계적인 위기 대응에 나서기로 했다. 현재는 원자재 수급과 외환 관련 애로가 핵심 장애요인으로 제기되고 있지만, 상황이 장기화될 경우 다양한 기초소재 공급 부족으로 연관 산업 전체에 큰 타격을 줄 수 있다는 점에서 모든 기관이 경각심을 가지고 모니터링해야 한다는 데 의견을 모았다.
이억원 위원장은 “이번 간담회를 시작으로 주요 산업 대상 릴레이 간담회를 순차적으로 개최해 업종별 상황을 면밀히 점검하고 현장 애로를 정책에 신속히 반영하겠다”고 밝혔다. 금융위는 앞으로도 산업계와 금융권 간 긴밀한 소통을 통해 실효성 있는 금융지원을 이어갈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