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거래위원회(위원장 주병기)가 상호출자제한기업집단 에이치디씨(주)가 계열사인 에이치디씨아이파크몰(주)에 임대차 거래로 위장해 사실상 무이자로 자금을 지원한 행위를 적발하고 제재에 나섰다. 공정위는 시정명령과 함께 과징금 171억 3천만 원(잠정)을 부과하고 에이치디씨를 검찰에 고발하기로 결정했다.
아이파크몰은 용산 민자역사 건설과 복합빌딩 운영을 목적으로 설립된 회사로, '아이파크몰' 브랜드로 복합쇼핑몰 사업을 하고 있다. 복합쇼핑몰이란 매장면적 합계 3천 제곱미터 이상인 점포 집단으로 쇼핑·오락·업무 기능이 한곳에 모여 있고, 문화·관광시설 역할을 하며 한 업체가 개발·관리·운영하는 구조다.
2001년 용산 민자역사 임대분양(선분양)을 통해 95%의 높은 분양율을 기록했던 아이파크몰은 2004년 준공과 함께 운영을 시작했지만, 집단상가 형태의 운영 방식과 상권 미형성 등으로 2005년 9월 기준 점포 입점율이 68%에 그쳤다. 그 결과 2005년 영업손실 61억 원, 당기순손실 215억 원을 기록했고, 임관리비 미수금 404억 원과 미지급 공사대금 962억 원에 달해 완전자본잠식 상태에 빠지는 등 심각한 경영·재무 위기에 처했다.
이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아이파크몰은 개별 임대매장 운영에서 직영매장 형태(복합쇼핑몰 운영)로 사업구조 전환을 추진했다. 전환에 필요한 자금은 약 360억 원이었지만, 재무 위기로 자체 조달이 불가능했다. 이에 에이치디씨는 2006년 3월경 아이파크몰과 일부 매장을 보증금 360억 원에 임차하는 임대차계약을 체결하는 동시에, 매장 운영·관리 권한을 전대 형식으로 아이파크몰에 위임하고 사용 수익을 배분받는 '운영관리 위임계약'을 별도로 맺었다.
이 일괄 거래(Package Deal) 방식에 따라 에이치디씨는 임대보증금·임대료·관리비를 지급하고, 아이파크몰은 위임료와 사용수익을 지급하되 임대료·관리비를 위임료와 상계했다. 이는 실질적으로 에이치디씨가 아이파크몰에 임대보증금 명목의 자금을 대여하고 아이파크몰이 사용수익 명목의 이자를 제공한 것과 같다. 계약 기간 중 사용수익 배분 방식이나 임대보증금(2011년 10월 이후 333억 원)이 일부 조정됐지만 기본 구조는 유지됐다.
아이파크몰이 2006년 3월부터 2020년 6월까지 에이치디씨에 지급한 사용수익은 연평균 1억 500만 원에 불과했다. 이를 이자율로 환산하면 연평균 0.3%로, 사실상 무이자에 가까운 저리 대여였다. 국세청이 2018년 이 거래의 실질을 우회적 자금대여로 판단하고 과세처분하자, 에이치디씨는 2020년 7월 계약을 자금대여 약정으로 전환했다. 이후 2023년 7월까지 아이파크몰에 저금리(에이치디씨의 가중평균차입금리와 아이파크몰의 가중평균차입금리를 평균한 수준)로 자금을 계속 대여했다.
이 지원행위로 아이파크몰은 17년이 넘는 장기간 333~360억 원의 자금을 사실상 무상으로 사용했다. 그 결과 경쟁사보다 훨씬 유리한 조건을 확보해 복합쇼핑몰 시장에서 지위가 크게 강화됐다. 아이파크몰은 2011년 처음 영업이익을 기록하고 2014년 흑자로 전환되며 시장퇴출 위기를 모면했고, 2022년에는 고척점을 개장하는 등 유력 사업자로 자리 잡았다.
공정위는 이번 조치가 그룹 내 우량 계열사가 자금 조달이 어려운 부실 계열사를 지원해 시장 경쟁을 제한하고 공정 거래 질서를 훼손한 행위를 적발·제재한 점에 의미가 있다고 밝혔다. 또한, 임대차 거래로 위장한 우회적 자금대여 행위를 제재한 사례로서, 장기간 위장된 거래의 실질을 밝혀 탈법행위를 차단하고 규제 실효성을 확보한 점도 강조했다.
앞으로 공정위는 지원행위 수단의 형식·명칭과 관계없이 부당지원행위에 악용되는 사례를 지속적으로 감시하고, 법 위반행위가 확인되면 엄중히 제재해 공정한 거래 질서를 확립할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