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용노동부는 지난 8일, 단체교섭 판단지원위원회의 자문을 거쳐 처음으로 원청이 노동조합법상 사용자에 해당하는지 여부를 판단했다. 이번 판단은 노동부가 마련한 개정 노동조합법 해석지침에 따른 첫 사례로, 원청이 근로조건에 대해 실질적이고 구체적으로 지배·결정하는지 여부가 핵심 기준이 됐다. 판단지원위원회는 신청인의 주장과 추가 자료, 노동조합 의견 등을 종합적으로 검토해 개별 사안별로 교섭의제에 따른 사용자성을 심의했다.
이번 판단의 주요 사례는 국세청의 민간위탁업체와 태권도진흥재단의 자회사 두 건이다. 국세청의 경우, 전화상담 업무를 민간업체에 위탁하면서 운영장소와 시설·장비를 제공하고 복리후생 시설 개선 여부와 범위를 실질적으로 결정한 점이 인정됐다. 또한 고객응대 업무에 필수적인 전산시스템과 전화상담망 등 핵심 인프라를 국세청이 독점적으로 관리·운영해 수탁업체가 민원 응대 방식을 독자적으로 변경하기 어려운 구조라는 점이 고려됐다. 이에 따라 교섭의제 중 하나인 '작업환경 및 감정노동자 보호조치 개선'에 대해 국세청의 사용자성을 인정했다. 다만 제출된 자료가 충분하지 않거나 추가 검토가 필요한 다른 교섭의제에 대해서는 판단을 유보했다.
반면 태권도진흥재단의 자회사 사례에서는 사용자성을 인정하지 않았다. 해당 자회사는 인사·조직·운영 전반에서 재량과 자율성을 보유하고 있었으며, 모회사가 자회사 근로자의 근로조건을 실질적으로 지배·결정했다는 사실이 확인되지 않았다. 따라서 노동조합이 요구한 '직접고용 전환'이나 '모회사와 동일한 복리후생 적용' 등의 교섭의제에 대해 모회사의 사용자성을 인정하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정부는 이번 판단을 바탕으로 단체교섭 판단지원위원회를 중심으로 사용자성 판단기준을 더욱 구체화해 나갈 계획이다. 이를 통해 원·하청 관계에서 법적 불확실성을 완화하고, 현장에서 노사 간 원활한 교섭이 이루어질 수 있도록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앞으로도 노동부는 개별 사안의 사실관계를 면밀히 검토해 사용자성 판단의 일관성을 높이고, 노동 현장의 혼란을 줄이는 데 주력할 방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