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으로 AI(인공지능)로 만든 가상인물이 등장하는 광고에는 반드시 '가상인물'임을 표시해야 한다. 공정거래위원회는 이 같은 내용을 담은 '추천·보증 등에 관한 표시·광고 심사지침' 개정안을 마련해 4월 8일부터 28일까지 20일간 행정예고한다고 밝혔다.
현행 '표시·광고의 공정화에 관한 법률'은 부당한 표시·광고를 거짓·과장, 기만, 부당 비교, 비방 등 네 가지 유형으로 구분한다. 이번에 개정하는 심사지침은 이 가운데 추천·보증을 활용한 광고가 부당한지 판단하는 구체적 기준을 정한 하위 규정이다. 예를 들어, 추천·보증인이 경제적 대가를 받거나 직접 고용된 상태에서 추천·보증을 하면 경제적 이해관계를 표시하도록 한 '뒷광고' 규제가 대표적이다.
기존 심사지침은 추천·보증 주체를 소비자, 유명인, 전문가, 단체·기관의 네 가지로 유형화해 각각의 표시·광고 원칙과 사례를 제시했다. 이번 개정에서는 여기에 AI를 활용해 생성한 '가상인물'을 다섯 번째 유형으로 추가했다.
최근 AI 기술 발달로 실제 인물인지 구분하기 어려운 가상의 의사·교수 등 전문가로 분장한 인물이 등장해 상품을 추천·보증하는 광고 사례가 적지 않다. 소비자는 가상인물임을 모른 채 실제 전문가가 추천하는 것으로 오인해 합리적인 소비를 하지 못할 위험이 크다. 이에 공정위는 가상인물이 추천·보증할 때는 반드시 그 사실을 표시하도록 의무를 부과하고, 적절한 표시 문구와 방법을 상세히 안내하기로 했다.
구체적인 표시 방법은 매체의 종류에 따라 달라진다. 블로그·인터넷 카페 등 문자 중심 매체에서는 게시물의 제목 앞에 '[가상인물 포함]'을 넣거나 본문 첫 부분에 'AI를 기반으로 생성된 가상인물이 포함된 게시물입니다.'라는 문구를 반드시 표시해야 한다. 사진·동영상 등 영상 매체에서는 가상인물이 등장하는 동안 배경과 명확히 구분되는 색상으로 가상인물과 근접한 위치에 '가상인물'이라는 문구를 표시해 소비자가 쉽게 인식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공정위가 제시한 사례를 보면, AI로 만든 가상의 교수를 활용해 'S대 출신 소아비만 치료 전문의', '미국 교수', '20년차 피부 전문의' 등으로 소개하며 마치 실제 전문가가 추천하는 것처럼 광고하거나, 가상의 의사가 '일주일에 5kg 빼는 건 시간문제', '일주일 만에 기미 싹 사라짐'처럼 상품 효능을 과장하는 사례가 적발됐다. 또한 가상의 소비자를 만들어 신체를 왜곡한 before-after 체험기를 게재해 효능·효과를 거짓으로 홍보하는 경우도 있어 주의가 요구된다.
가상인물 표시 외에도 기존의 경제적 이해관계 공개 의무는 그대로 유지된다. 광고주로부터 금전이나 상품을 받고 추천·보증을 하는 경우 '소정의 수수료를 지급받음', '협찬 받았음' 등의 문구를 소비자가 알아보기 쉽게 표시해야 하며, 이는 가상인물이 등장하는 광고에도 동일하게 적용된다. 만약 가상인물이 특정 상품을 추천·보증하는 내용이 경험적 사실에 근거한 것으로 표현됐는데 실제로 그러한 경험이 없는 경우라면 부당한 표시·광고에 해당할 수 있다.
이번 개정안은 '인공지능' 용어를 '인공지능 발전과 신뢰 기반 조성 등에 관한 기본법'에 따른 정의로 명확히 하고, 심사지침의 적용 대상을 소비자·유명인·전문가·단체·기관에 더해 '인공지능 등을 활용하여 생성한 가상인물의 추천·보증을 포함한다'고 규정했다. 또한 가상인물의 개념을 '인공지능 등을 기반으로 실제와 구분하기 어려운 가상의 인물'로 정의하고, 추천·보증 시 가상인물임을 공개해야 한다는 원칙과 함께 구체적 표시 방법을 제시했다.
공정위는 이번 지침 개정을 통해 소비자는 추천·보증하는 주체가 가상인물인지 명확히 알 수 있어 합리적인 소비를 할 수 있고, 광고주나 인플루언서 등 수범자는 명확한 가이드라인을 얻어 법 위반 예측 가능성을 높일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다.
개정안은 행정예고 기간 동안 이해관계자와 관계 부처의 의견을 충분히 수렴한 후, 공정거래위원회 전원회의 의결 등 관련 절차를 거쳐 확정·시행될 예정이다. 의견이 있는 개인이나 단체는 4월 28일까지 성명, 주소, 전화번호 등을 기재한 의견서를 우편(세종특별자치시 다솜3로 95 공정거래위원회 소비자정책총괄과, 우편번호 30108)이나 팩스(044-200-5228) 또는 전자우편(jykim24@korea.kr)으로 제출하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