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으로 중소·벤처기업이 소액으로 자금을 조달할 때 제출해야 하는 공시 서류 부담이 크게 줄어든다. 금융위원회는 4월 7일 소액공모 범위를 10억원 미만에서 30억원 미만으로 확대하는 내용을 담은 자본시장법 시행령 및 감독규정 개정안을 입법예고한다고 밝혔다. 이번 조치는 지난해 12월 발표된 금융위원회 업무보고 후속조치의 일환이다.
현행법상 기업이 증권을 공모해 자금을 조달할 때는 원칙적으로 증권신고서를 금융당국에 제출해야 한다. 증권신고서는 분량이 소액공모 서류보다 통상 2배 이상 많고, 정정 요청과 수리 절차를 거쳐야 해 기업 입장에서 부담이 크다. 반면 소액공모 제도를 이용하면 간소한 서류만 제출하면 되고 수리 절차도 필요 없다.
소액공모 기준은 2009년 10억원 미만으로 설정된 이후 한 번도 조정되지 않았다. 그동안 국내 공모시장 규모가 2009년 127조원에서 최근 3년 평균 274조원으로 2배 이상 커졌고, 건당 유상증자 규모도 298억원에서 1140억원으로 3.8배 증가했다. 이에 따라 소액공모 제도의 실효성을 높이기 위해 기준 상향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꾸준히 제기됐다.
이번 개정안은 이러한 현실을 반영해 소액공모 기준을 30억원 미만으로 올렸다. 미국도 2012년 Jobs Act를 통해 간이공모 범위를 500만달러에서 최대 5000만달러로 확대한 선례가 있다. 다만 투자자 보호를 위해 소액공모 서류에 투자 위험 정보가 더 잘 표시되도록 공시 서식을 함께 개선할 방침이다.
조각투자증권(비금전신탁 수익증권)은 이번 소액공모 범위 확대 대상에서 제외된다. 조각투자증권은 도입 초기이고 기초자산의 다양성 등 비정형적 특성을 고려해 30억원 미만 공모인 경우에도 기존처럼 증권신고서를 제출해야 한다. 이를 통해 기초자산 가치 평가의 공정성과 투자 위험 정보가 충실히 공시되도록 할 계획이다. 이미 유사한 성격의 투자계약증권에 대해서도 증권신고서 제출 의무가 적용되고 있다.
또 다른 핵심 개정안은 벤처투자조합 등이 공모 규제를 산정할 때 투자자 수에서 제외되도록 한 점이다. 현행법은 50인 이상의 일반투자자에게 청약을 권유하는 경우를 공모로 보고 증권신고서 제출 등 엄격한 규제를 적용한다. 은행, 보험사, 증권사, 펀드 등 금융회사는 전문가로 분류돼 투자자 수 산정에서 빠지지만, 벤처투자조합과 신기술사업투자조합은 일반투자자로 분류돼 예외가 적용되지 않았다.
특히 조합 형태의 투자기구는 전체 조합을 1명이 아닌 조합원 각각을 투자자로 계산해야 하는 복잡성이 있어 중소·벤처기업이 의도치 않게 공모 규제를 위반하는 경우가 빈번했다. 예를 들어 금융회사 10개사와 일반투자자 20명으로 구성된 벤처투자조합 3개로부터 투자를 받으면, 투자자 수는 조합 3개가 아닌 일반투자자 조합원 60명으로 계산돼 공모 규제를 적용받게 된다.
금융위원회는 벤처투자회사, 신기술금융회사 등 운용주체가 전문성을 갖춘 점을 고려해 이들 벤처투자조합과 신기술사업투자조합을 집합투자기구와 마찬가지로 투자자 수 산정에서 제외하기로 했다. 다만 개인투자조합이나 민법상 조합은 운용주체 요건이 완화된 점을 고려해 제외 대상에 포함하지 않았다.
이번 개정안은 '코스닥 시장 신뢰+혁신 제고방안'의 후속조치로, 중소·벤처기업의 규제 준수 부담을 덜고 벤처투자 활성화를 유도할 것으로 기대된다. 개정안은 4월 7일부터 5월 18일까지 42일간 입법예고 기간을 거쳐 상반기 중 개정을 마무리할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