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으로 중소·벤처기업이 자금을 조달할 때 공시 부담이 크게 줄어들 전망이다. 금융위원회는 4월 7일 소액공모 범위를 확대하고 벤처투자조합 관련 공모규제를 완화하는 내용의 자본시장법 시행령 및 감독규정 개정안을 입법예고했다.
소액공모 제도는 기업이 증권을 공모할 때 정식 증권신고서 대신 간소한 서류를 제출할 수 있도록 한 제도다. 증권신고서는 금융당국의 정정요청과 수리절차를 거쳐야 하지만, 소액공모 서류는 이런 절차가 면제된다. 통상 증권신고서의 분량이 소액공모 서류보다 2배 이상 많아 기업의 부담이 크다는 지적이 제기돼 왔다.
현행 소액공모 기준은 2009년 '10억원 미만'으로 설정된 이후 17년째 유지되고 있다. 그러나 같은 기간 공모시장 규모는 127조원에서 274조원으로 2.2배, 건당 유상증자 규모는 298억원에서 1140억원으로 3.8배 증가했다. 이에 금융위는 지난해 12월 업무보고를 통해 기준을 30억원 미만으로 확대하겠다고 발표했고, 이번에 관련 시행령 개정을 추진한다. 미국도 2012년 Jobs Act를 통해 간이공모(RegA) 범위를 500만 달러에서 최대 5000만 달러로 확대한 사례가 있다.
소액공모 범위가 확대되는 대신 투자자 보호 장치도 강화된다. 소액공모 서식이 개선돼 투자위험 정보가 더 명확하게 표시된다. 특히 관리종목 등 투자자 주의가 필요한 기업이 소액공모를 할 경우 관련 내용이 반드시 공시되도록 할 방침이다.
다만 조각투자증권(비금전신탁 수익증권)은 30억원 미만 공모인 경우에도 증권신고서를 제출해야 한다. 조각투자증권은 도입 초기이고 기초자산이 다양해 비정형적 특성을 가지므로, 증권신고서를 통해 기초자산 가치평가의 공정성과 운영방법, 수익흐름, 투자위험 등을 충실히 공시하도록 한 조치다. 이는 샌드박스 운영 시와 동일한 조건을 유지하는 것이다.
또 다른 핵심 개정 내용은 벤처투자조합 등 VC펀드 투자 시 공모규제 완화다. 현행법은 일반투자자 50인 이상에게 청약을 권유하면 '공모'로 간주해 증권신고서 제출 등 공모규제를 적용한다. 은행, 보험사, 증권사, 집합투자기구(펀드) 등 금융회사는 전문가로 분류돼 투자자 수 산정에서 제외된다.
그러나 벤처투자조합과 신기술사업투자조합 같은 VC펀드는 집합투자기구와 성격이 유사함에도 일반투자자로 분류돼 제외 대상이 아니었다. 특히 '조합'은 법인이 아니어서 조합원 각각을 투자자 수로 계산해야 하는 복잡성 때문에 중소·벤처기업이 의도치 않게 공모규제를 위반하는 사례가 빈번했다. 예를 들어 벤처투자조합 3개로부터 투자를 받을 때 각 조합이 금융회사 10개사와 일반투자자 20명으로 구성됐다면, 투자자 수는 조합 개수인 3명이 아니라 일반투자자 조합원 수인 60명으로 계산돼 50인 이상에 해당, 공모규제 위반이 될 수 있었다.
금융위는 벤처투자회사, 신기술금융회사 등 VC펀드의 운용주체(GP)가 전문성을 충분히 갖췄다는 점을 고려해 집합투자기구와 마찬가지로 투자자 수 산정에서 제외하기로 했다. 이번 개정으로 벤처투자조합, 신기술사업투자조합, 전문투자조합, 농림수산식품투자조합 등이 제외 대상에 포함된다. 다만 개인투자조합이나 민법상 조합은 운용주체 요건이 완화된 점을 고려해 제외 대상에서 빠졌다.
이번 개정안은 지난해 12월 발표된 '코스닥 시장 신뢰+혁신 제고방안'의 후속 조치이기도 하다. 금융위는 이를 통해 중소·벤처기업의 의도치 않은 공모규제 위반 문제를 개선하고 VC의 규제준수 부담도 완화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자본시장법 시행령 및 증권의 발행 및 공시 등에 관한 규정 개정안은 4월 7일부터 5월 18일까지 42일간 입법예고 및 규정변경 예고 기간을 거친다. 금융위는 예고 기간 중 각계 의견을 수렴해 상반기 중 개정을 마무리할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