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려견도 사람과 마찬가지로 암수 간 유전자 균형을 맞추는 핵심 열쇠가 세계 최초로 확인됐다.
농촌진흥청 국립축산과학원은 경상국립대학교 수의과대학과 공동 연구를 통해 반려견에서 '지스트(XIST)' 유전자의 위치와 기능을 명확히 규명했다고 밝혔다. 이 연구 결과는 생물학 분야 국제학술지 '사이언티픽 리포트(Scientific Reports)'에 게재됐으며, 특허 출원도 완료됐다.
포유류에서 암컷은 두 개의 X 염색체(XX)를 갖고 있어 수컷(XY)보다 유전자 양이 과해질 수 있다. 유전자가 정해진 양보다 많거나 적으면 질병이나 성장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 지스트(XIST)는 이러한 불균형을 해소하기 위해 암컷이 가진 두 개의 X 염색체 중 하나를 잠재워 수컷과 유전자 양을 같게 만드는 핵심 유전자다. 사람의 몸에서는 같은 원리가 이미 알려져 있었지만, 개에게서는 조절 구간이 어디에 있고 어떻게 작동하는지 이번에 처음 확인됐다.
공동 연구팀은 5살 비글 8마리(수컷 4마리, 암컷 4마리)의 혈액을 분석했다. 그 결과 암컷 개의 혈액에서는 지스트 유전자가 활성화돼 유전자 양을 조절하고 있었지만, 수컷 개의 혈액에서는 거의 작동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암컷에서는 지스트 유전자의 스위치가 적절히 켜져 유전자 발현량이 높게 나타난 반면, 수컷은 스위치가 완전히 잠겨 발현량이 거의 0에 가까웠다. 이는 개에서도 성별에 따른 유전자 조절 방식이 사람과 유사하게 정밀하게 작동하고 있음을 증명한다.
이번 연구 성과는 반려견의 정확한 신체 나이를 판단하는 핵심 기준이 될 것으로 보인다. 나이가 들면서 유전자에 쌓이는 변화를 분석할 때 이번에 발견한 지스트 영역을 지표로 삼으면 성별 차이까지 반영한 정밀한 건강 상태 확인이 가능해지기 때문이다.
연구진은 이번 연구 결과가 반려견이 더 건강하게 오래 살 수 있도록 돕는 기초 자료가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또한 성별에 따라 발생 빈도가 다른 질병을 미리 예방하는 등 반려동물 맞춤형 건강관리 기술 개발에도 큰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설명했다.
국립축산과학원 가축질병방역과 강석진 과장은 "이번 연구는 반려견의 성별에 따른 유전자 차이를 분석해 개의 지스트 관련 영역을 찾아냈다는 데 큰 의미가 있다"며 "반려견의 신체 나이를 판정하고 건강을 지키는 기술 개발에 필요한 기초연구를 지속해 나가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