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고온으로 인해 벼에 큰 피해를 주는 해충인 벼멸구가 최근 기승을 부리고 있다. 2024년에는 전국적으로 3만 4000헥타르(ha)의 논이 피해를 입으면서 농가의 시름이 깊어졌다. 벼멸구는 해외에서 기류를 타고 날아와 국내로 유입되는 비래 해충으로, 한번 발생하면 번식 속도가 빨라 방제가 까다롭다.
농촌진흥청(청장 이승돈)은 이러한 피해를 선제적으로 막기 위해 기존의 ‘사후 방제’ 방식에서 ‘사전 방제’로 전략을 전환한다고 1일 밝혔다. 새롭게 구축한 ‘예측-진단-방제’ 통합방제체계는 벼멸구 유입을 예측하고 현장에서 신속히 진단한 뒤 지역에 맞는 약제를 선정하는 전 과정을 유기적으로 관리한다. 이를 통해 피해가 확대되기 전에 선제적으로 대응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먼저 유입 예측 기술은 서울대학교 및 국가농림기상센터와 공동으로 개발했다. 베트남·중국 등 해외에서 출발한 기류를 분석해 벼멸구가 이동 중 생존할 가능성과 국내에 도착하는 시기, 하강 지점 등을 파악한다. 이 정보는 오는 6월부터 국가농작물병해충관리시스템(http://ncpms.rda.go.kr)에서 시범 운영되며, 이후에는 자동 문자 알림 서비스도 연동될 예정이다.
신속 진단 기술도 도입된다. 강원대학교와 공동으로 개발한 ‘LAMP 진단법’은 일정한 온도에서 유전자를 증폭해 현장에서 의심 개체를 빠르게 확인할 수 있는 분자 진단 기술이다. 실험실에서는 여러 마리를 한꺼번에 분석할 수 있는 ‘KASP 마커’를 활용해 예찰 정확도와 대응 속도를 높인다. 이 기술들은 벼멸구뿐 아니라 애멸구, 흰등멸구 등 다른 멸구류도 정확하게 구별해 준다.
지역별 맞춤 방제를 위해 약제 살충효과를 즉시 평가할 수 있는 약제 검정 기술도 보급된다. 약제가 코팅된 밀봉 유리병(바이알병)에 벼멸구를 넣어 살충 시간을 확인하는 방식이다. 기존 유묘침지법은 결과를 보는 데 24~36시간이 걸렸지만, 바이알코팅법은 15분에서 4시간 만에 효과를 평가할 수 있어 현장 활용성이 매우 높다. 이 기술은 특허등록(제10-2866343호)을 마쳤으며, 전국 단위로 일관된 검정이 가능하다.
농촌진흥청은 지방자치단체와 긴밀히 협력해 이 기술들을 농가에 확대 보급할 방침이다. 작물환경과 손지영 과장은 “벼멸구는 유입 초기에는 눈에 잘 보이지 않지만 기온 등 생육 조건이 맞으면 짧은 기간에 급격히 증식해 큰 피해로 이어질 수 있다”며 “개발한 선제 대응 기술을 현장에서 신속히 전파해 농가 피해를 최소화하도록 지원하겠다”고 말했다.
벼멸구 신속 진단 및 약제 검정 기술에 대한 자세한 문의는 국립식량과학원 작물환경과(063-238-5345)로 하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