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철 폭염이 갈수록 심해지면서 농업인의 온열질환 위험도 함께 커지고 있다. 농촌진흥청(청장 이승돈)은 이런 상황에서 농업인의 안전을 지키기 위해 현장 실용성을 대폭 강화한 '폭염 쿨링키트'를 개발했다고 1일 밝혔다. 이 키트는 안전교육, 온열질환 예방, 응급조치까지 한 번에 해결할 수 있도록 구성된 '원스톱 안전 패키징' 제품이다.
'폭염 쿨링키트'는 크게 세 가지 영역으로 나뉜다. 먼저 응급조치 지원 용품으로는 냉찜질 팩, 응급 쿨링 시트, 이동식 응급 차광막(그늘막) 3종이 포함됐다. 온열질환 예방 용품으로는 폭염 음료, 식염 포도당, 쿨링 타올, 쿨링 스프레이 4종이 들어 있다. 여기에 안전교육 자료까지 더해져 하나의 키트만으로 폭염 대비가 가능하다.
특히 안전교육 자료는 누구나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그림 위주로 제작됐다. 온열질환 예방 수칙을 담은 소책자와 응급상황에서 바로 참고할 수 있는 응급조치 지원 포스터, 키트 사용법과 응급처치 지침을 소개한 동영상 2종으로 구성됐다. 동영상은 정보무늬(QR코드)를 찍어 바로 볼 수 있으며, 12개 언어로 번역돼 외국인 근로자도 쉽게 활용할 수 있다.
기존 온열질환 키트와의 가장 큰 차별점은 예방과 응급조치, 교육을 하나로 통합했다는 점이다. 또한 사용자가 내용물을 한눈에 알아볼 수 있도록 투명 용기에 담아 응급 순간에도 망설임 없이 신속하게 대처할 수 있도록 설계했다. 이 용기는 특허 출원(출원번호 30-2026-0016000, 30-2026-0016001)까지 마친 상태다.
농촌진흥청은 지난해 전남 고흥 지역 16개 농가에서 이 키트를 시범 적용했다. 그 결과 실제 응급상황 5건(야외 3건, 온실 2건)에서 유용하게 활용된 것으로 확인됐다. 대표적인 사례를 보면, 지난해 7월 전남 고흥에서 예취기 날에 맞아 개방성 골절을 당한 79세 남성이 땡볕에 1시간가량 방치된 상황에서 키트가 큰 역할을 했다. 가족이 119에 신고한 뒤 차에 비치해 둔 키트를 꺼내 응급쿨링시트, 쿨링타올, 냉찜질팩, 이온음료를 순서대로 처치했고, 환자는 안정을 찾은 후 병원으로 이송됐다.
또 다른 사례에서는 온실에서 작업 중이던 70대 여성이 갑자기 어지럼증을 호소하며 구토를 했을 때, 키트에 든 식염포도당을 먹이고 쿨링타올로 마사지한 덕분에 10분 만에 상태가 호전됐다. 경남 합천에서는 드론을 운용하던 40대 남성이 폭염주의보 속에서 어지럼증을 느꼈을 때 키트의 냉찜질팩과 쿨링타올, 이온음료, 스프레이로 응급처치를 한 후 119에 신고해 무사히 회복했다. 외국인 근로자 사례도 있었다. 필리핀 인부가 잎 작업 중 어지럼증을 호소했을 때 키트의 식염포도당과 쿨링타올로 처치해 2~3시간 후 회복했으며, 이후 농장주는 외국인 근로자들에게 식염포도당을 정기적으로 지급하기 시작했다.
이 키트는 이미 산업체 기술이전을 완료해 현재 온라인 등에서 구매할 수 있다. 농촌진흥청은 앞으로 시군 농업기술센터에서 추진하는 '온열질환 예방사업'과 연계해 키트를 적극 홍보하고, 현장에서 안정적으로 활용될 수 있도록 행정적·기술적 지원을 강화할 방침이다.
농촌진흥청 농촌환경안전과 김상범 과장은 "'폭염 쿨링키트'는 혹서기 농촌 현장에서 쉽게 활용할 수 있는 안전 수단으로 관심을 끌고 있다"며 "온열질환으로부터 농업인을 지키는 든든한 방패가 될 수 있도록 현장에 신속히 보급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