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으로 중소·벤처기업이 소액으로 자금을 조달할 때 제출해야 하는 공시 서류 부담이 크게 줄어든다. 금융위원회는 6일 소액공모 기준을 현행 '10억 원 미만'에서 '30억 원 미만'으로 확대하는 내용을 담은 자본시장법 시행령 및 감독규정 개정안을 7일부터 5월 18일까지 입법예고한다고 밝혔다.
소액공모 제도는 기업이 증권을 발행해 자금을 조달할 때 일정 금액 미만이면 정식 증권신고서 대신 간소한 서류만 내도 되도록 한 제도다. 증권신고서는 금융당국의 정정 요청과 수리 절차를 거쳐야 하지만, 소액공모 서류는 이런 절차가 면제된다. 통상 소액공모 서류의 분량은 증권신고서의 절반 수준이다.
그동안 소액공모 기준은 2009년 10억 원 미만으로 설정된 이후 17년째 그대로 유지됐다. 같은 기간 국내 공모시장 규모는 2009년 127조 원에서 2023~2025년 평균 274조 원으로 2.2배 늘었고, 건당 유상증자 규모도 298억 원에서 1140억 원으로 3.8배 성장했다. 금융위는 경제 규모와 시장 상황 변화를 반영해 기준을 현실화할 필요가 있다고 판단했다.
미국의 경우 2012년 제정된 잡스법(JOBS Act)을 통해 간이공모(Reg A) 기준을 500만 달러에서 최대 5000만 달러로 확대한 사례가 있다. 현재는 최대 7500만 달러까지 상향된 상태다.
소액공모 범위가 확대됨에 따라 투자자 보호를 위한 장치도 함께 마련된다. 금융위는 소액공모 서류에 투자 위험이 더 잘 표시되도록 공시 서식을 개선할 계획이다. 특히 관리종목 등 투자자가 주의해야 할 기업의 소액공모인 경우 관련 내용이 명확히 드러나도록 할 방침이다.
다만 조각투자증권(비금전신탁 수익증권)의 경우 30억 원 미만 공모임에도 증권신고서를 제출해야 한다. 조각투자증권은 금융 샌드박스를 거쳐 제도화된 신종 증권으로, 기초자산의 다양성 등 비정형적 특성을 고려해 도입 초기에는 충실한 공시가 필요하다는 판단에서다. 투자계약증권 역시 같은 이유로 이미 소액증권에도 증권신고서 제출 의무가 부과되고 있다.
또한 벤처투자조합이나 신기술사업투자조합 같은 VC펀드가 기업에 투자할 때 공모 규제를 적용받지 않도록 관련 규정도 손질된다. 현행법은 일반투자자 50인 이상에게 청약을 권유하는 경우를 '공모'로 보고 증권신고서 제출 의무 등 공모 규제를 적용한다. 은행, 보험회사, 증권사, 펀드 등 전문 금융회사는 투자자 수 산정에서 제외된다.
그러나 벤처투자조합과 신기술사업투자조합은 집합투자기구(펀드)와 성격이 유사함에도 일반투자자로 분류돼 예외를 적용받지 못했다. 게다가 '조합'은 전체 조합을 1명의 투자자로 계산하지 않고 조합원 각각을 따로 세야 하는 복잡성도 있어, 중소·벤처기업이 의도치 않게 공모 규제를 위반하는 사례가 잦았다.
예를 들어 벤처투자조합 3개가 각각 전문 금융회사 10곳과 일반투자자 20명으로 구성된 조합으로부터 투자를 받는다면, 공모 판단을 위한 투자자 수는 펀드 개수(3명)가 아니라 일반투자자인 조합원 수(60명)가 된다. 이 경우 50명을 넘기 때문에 공모에 해당해 증권신고서를 내지 않으면 법 위반이 되는 식이다.
금융위는 벤처투자회사, 신기술금융회사 등 운용주체(GP)가 전문성을 갖췄다는 점을 고려해 VC펀드를 집합투자기구와 마찬가지로 공모 규제 투자자 수 산정에서 제외하기로 했다. 다만 개인투자조합이나 민법상 조합 등은 운용주체 요건이 완화된 점을 고려해 이번 제외 대상에 포함되지 않는다.
이번 개정안은 4월 7일부터 5월 18일까지 입법·규정 변경 예고 기간을 거쳐 올해 상반기 중 개정을 마무리할 계획이다. 금융위는 이번 조치로 중소·벤처기업의 자금조달 부담이 실질적으로 완화되고, 의도치 않은 공모 규제 위반 사례도 줄어들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