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으로 금형 제조를 맡기는 대기업이나 중견기업은 협력업체와의 계약서를 더욱 철저히 챙겨야 할 것으로 보인다. 공정거래위원회는 자동차 차체와 전기차 배터리 케이스 등을 전문으로 제조하는 ㈜성우하이텍이 협력업체 58곳과 거래하면서 하도급법을 위반한 사실을 적발하고 시정명령과 함께 과징금 46백만 원을 부과하기로 결정했다.
공정위에 따르면 ㈜성우하이텍은 2019년 6월 21일부터 2023년 5월 8일까지 총 880건의 금형 제조를 협력업체에 위탁하면서, 이 중 780건에 대해서는 하도급 대금 조정 요건이나 방법, 절차 같은 법정 필수 사항을 아예 적지 않은 서면을 발급했다. 또 717건에 대해서는 협력업체가 작업을 시작한 날부터 최소 하루에서 최장 873일이 지난 뒤에야 계약서를 내준 것으로 조사됐다.
현행 하도급거래 공정화에 관한 법률은 원사업자가 협력업체에 제조 등을 위탁할 때 하도급 대금과 지급 방법, 대금 조정 요건과 절차 등을 반드시 적은 서면을 작업 시작 전까지 발급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성우하이텍의 행위는 이 규정을 명백히 위반한 것이다. 공정위는 앞으로 같은 위반 행위가 반복되지 않도록 재발 방지 명령을 내리고 과징금을 부과했다.
이번 조치는 금형 업계에서 오랫동안 관행처럼 이어져 온 계약서 지연 교부 행태를 처음으로 적발해 제재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특히 금형은 자동차, 가전, 전자 등 제조업 전반의 품질 경쟁력을 좌우하는 핵심 뿌리 산업으로 꼽힌다. 공정위는 이번 제재를 계기로 원사업자들의 경각심이 높아져 유사한 불공정 행위가 줄어들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한편 공정위는 금형 업계의 특수성을 고려해 2021년 12월 ‘금형업종 표준하도급계약서’를 마련하고 2025년 11월에 개정해 사용을 권장하고 있다. 이 표준 계약서에는 협력업체가 금형 제작 초기 비용을 쉽게 회수할 수 있도록 선급금과 중도금 지급 비율을 계약서 표지에 명시하도록 하는 내용이 담겼다.
㈜성우하이텍은 현대자동차와 기아자동차 등을 주요 매출처로 둔 자동차 부품 전문 업체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이 회사의 최근 매출액은 2021년 약 1조 2592억 원, 2022년 약 1조 5832억 원으로 해마다 증가했으며 2022년 당기순이익은 약 807억 원에 달했다.
공정위는 “앞으로도 국가 핵심 뿌리산업인 금형 분야의 불공정 하도급 거래 행위를 지속적으로 감시하고 법 위반 행위를 적발할 경우 엄중히 조치할 계획”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