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본업만 알리면 된다고 생각했다가, 추후 보험료나 보험금 지급 과정에서 예상치 못한 불이익을 겪을 수 있기 때문이다. 국가데이터처에 따르면 2024년 3분기 기준 N잡러는 약 68만명으로, 2014년 관련 통계 작성 이후 최대치를 기록했다.
신한은행의 ‘보통사람 금융생활 보고서 2024’에서도 경제활동자의 16.9%가 본업 외 부업을 병행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N잡이 일부의 선택이 아니라 일상적인 생계 방식으로 자리 잡으면서, 보험업계도 직업 고지의 중요성을 다시 강조하고 있다.
보험에서 직업은 단순한 인적사항이 아닌, 사고 발생 가능성과 손해율을 가늠하는 기준으로 활용된다. 이에 보험사는 직업별 상해위험등급을 나눠 보험료와 가입 조건, 보장 범위를 달리 적용하고 있다.
문제는 하나 이상의 직업을 가진 N잡러다. 본업은 사무직이지만 퇴근 후나 주말에 오토바이 배달, 대리운전, 건설현장 보조, 물류 하역 같은 일을 병행하는 경우 실제 위험 수준은 달라질 수 있다.
보험사는 직업 명칭보다 실제 수행 업무를 더 중요하게 보기 때문에, 부업이라도 위험도가 높다면 가입 심사에 영향을 줄 수 있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사무직은 통상 상해위험등급 1등급으로 분류되지만, 오토바이 배달원은 3등급으로 평가된다.
이 경우 보험 가입 시에는 더 높은 위험등급에 해당하는 업무를 기준으로 알릴 필요가 있다. 반대로 본업의 위험등급이 더 높고 부업의 위험등급이 낮다면, 본업 기준으로 판단이 이뤄진다.
결국 중요한 것은 소득 비중이 아니라 어떤 업무가 더 큰 위험을 수반하느냐다. 현장에서는 부업의 수입이 적거나 일시적이면 굳이 알리지 않아도 된다고 생각하는 경우도 적지 않다.
그러나 보험사는 부업 규모보다 실제 위험 노출 가능성을 보기 때문에 주말에만 하는 일이라도 상해위험등급이 다를 경우에는 반드시 알릴 필요가 있다. 이미 보험에 가입한 뒤 N잡을 시작한 경우에도 주의가 필요하다.
손해보험은 계약 후 직업이나 업무 내용이 바뀌면 이를 보험사에 알려야 하는 의무가 적용되기 때문이다. 반면 생명보험은 손해보험과 달리 계약 후 알릴의무가 동일하게 적용되지 않는 경우가 많지만, 상품과 약관에 따라 차이가 있는 만큼 개별 확인이 필요하다는 게 업계 설명이다.
직업 고지를 제대로 하지 않으면 보험금 청구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다. 보험 가입 후 위험등급이 높은 업무를 병행하면서 이를 알리지 않았다면, 보험사는 그 기간에 해당하는 추가 보험료를 요구할 수 있기 때문이다.
또한 보험금 지급 과정에서도 문제가 생길 수 있다. 보험사는 가입 당시 고지의무 위반이나 계약 후 통지의무 위반이 있었다고 판단하면 보험금의 일부를 삭감하거나 보장에 제한을 둘 수 있다.
보험료는 계속 냈지만 정작 사고가 났을 때 기대한 만큼 보장을 받지 못하는 상황이 벌어질 수 있는 셈이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N잡이 흔해졌지만 부업이라는 이유로 보험 가입 시 직업 고지를 가볍게 여기는 경우가 적지 않다”며 “직업이나 업무 내용에 변동이 생기면 설계사나 보험사에 알리는 것이 불필요한 분쟁을 줄이는 길”이라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