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거래위원회는 공장 자동화 장비를 제조하는 ㈜에이디티가 하도급 거래 과정에서 협력업체(수급사업자)의 기술자료를 부당하게 가로채고 보호 절차를 지키지 않은 행위에 대해 제재를 가하기로 결정했다. 공정위는 이 업체에 시정명령과 함께 과징금 1억 1,200만 원을 부과했다.
에이디티는 2022년 6월 한 협력업체와 로터 조립라인 제조를 위탁하는 계약을 체결하면서, 협력업체가 개발하거나 제공한 기술자료의 소유권을 정당한 대가 없이 일방적으로 자신에게 귀속시키는 내용의 특약을 계약서에 넣었다. 로터 조립라인은 모터나 발전기의 핵심 회전 부품인 로터를 만들고 조립하는 데 사용되는 기계 설비 일체를 말한다. 계약서에는 "이 계약 수행 과정에서 생성되거나 취득된 모든 결과물에 대한 권리는 구매자(에이디티)에게 귀속된다"거나 "구매자가 제공한 설계도 등을 수정·보완한 산출물에 대한 지적재산권도 구매자에게 독점적으로 귀속된다"는 조항이 포함됐다.
또한 에이디티는 같은 계약에서 비밀유지의무를 협력업체에만 일방적으로 부담시키도록 했다. 계약서에는 "공급자(협력업체)는 구매자로부터 알게 된 모든 정보를 계약 종료 전후를 막론하고 엄격히 비밀로 유지해야 하며, 구매자의 사전 서면 동의 없이 제3자에게 제공하거나 공개해서는 안 된다"고 규정했다. 그러나 정작 에이디티는 협력업체가 제공한 기술자료에 대해 비밀을 지킬 의무를 부담하지 않았다. 이러한 약정은 협력업체의 권리를 부당하게 제한하는 계약 조건으로, 공정위가 고시한 '부당특약 유형'에 정확히 해당한다.
이와 별도로 에이디티는 2022년 7월부터 2023년 6월까지 총 8차례에 걸쳐 협력업체에 로터 조립라인 관련 기계 도면과 전기 도면 162건을 요구하면서, 요구 목적이나 권리 귀속 관계, 대가 및 지급 방법 등을 적은 서면을 교부하지 않았다. 아울러 기술자료를 제공받아 보유할 임직원 명단, 비밀유지 의무, 목적 외 사용 금지, 위반 시 배상 등이 포함된 비밀유지계약도 체결하지 않았다.
공정위는 에이디티의 이런 행위가 각각 하도급거래 공정화에 관한 법률(하도급법)을 위반했다고 판단했다. 구체적으로 부당한 특약을 설정한 행위는 하도급법 제3조의4 제1항(부당한 특약 금지)을, 기술자료 요구 서면을 주지 않은 행위는 같은 법 제12조의3 제2항을, 비밀유지계약을 체결하지 않은 행위는 같은 조 제3항을 위반한 것이다.
이번 조치는 하도급 계약서를 통해 협력업체의 기술자료에 대한 권리를 원사업자가 일방적으로 가져가는 약정 자체가 하도급법 위반임을 분명히 확인했다는 데 의미가 있다. 공정위는 "앞으로도 중소기업의 기술력과 노하우가 시장에서 공정한 평가를 받을 수 있도록 불공정한 관행과 기술자료 보호 절차 위반 행위에 대한 감시와 제재를 강화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특히 기술자료를 요구할 때 요구 목적 등을 적은 서면을 주고 비밀유지계약을 반드시 체결해야 한다는 점을 다시 한번 강조함으로써 공장 자동화 기기 업계의 인식을 높이는 계기가 될 것으로 기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