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세청이 외국산 베어링 제품을 국산으로 속여 판매하거나 수출하는 불법 행위에 대한 단속을 대폭 강화한다. 이종욱 관세청 차장은 4월 2일 대구에 위치한 베어링 전문기업 삼익정공을 방문해 생산 현장을 둘러보고, 한국산 베어링 산업의 글로벌 경쟁력 강화 방안을 논의하는 간담회를 열었다.
이번 방문은 최근 외국산 저가 베어링의 공세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국내 제조업계의 애로사항을 직접 청취하고, 해외시장 진출 지원 방안을 모색하기 위해 마련됐다. 특히 외국산 제품을 국산으로 둔갑시키는 불법 유통 행위에 대한 대응 방안을 집중적으로 논의한 것이 특징이다.
베어링은 기계의 회전축을 지지하고 마찰을 줄이는 핵심 부품으로, 자동차, 반도체 장비, 공작기계 등 다양한 산업에 사용된다. 삼익정공은 1987년 설립된 국내 대표 베어링 제조기업으로, 2022년 1천만 달러 수출의 탑을 수상한 바 있다. 이 회사가 생산하는 리니어 베어링은 원통형 샤프트가 레일을 따라 직선 운동을 할 때 사용되는 정밀 부품이다.
간담회에서 진문영 삼익정공 대표이사는 국내 베어링 제조 산업의 경쟁력 강화와 수출 확대를 위해 관세청의 적극적인 역할을 요청했다. 특히 수출기업들이 자유무역협정(FTA)을 실질적으로 활용할 수 있도록 제도적 지원을 강화해 달라고 당부했다.
이에 이종욱 차장은 "국산 베어링 수출기업을 대상으로 원산지 인증수출자 제도 활용 방안을 컨설팅하는 등 현장의 목소리를 정책에 반영하겠다"고 답했다. 원산지 인증수출자 제도는 관세당국이 원산지 증명 능력을 인증한 수출자에게 원산지증명서 발급 권한을 부여하거나, 발급 신청 시 첨부서류 제출을 간소화해 주는 제도다. 한-EU FTA, 한-영 FTA, 역내포괄적경제동반자협정(RCEP) 등에서 활용된다.
관세청 차장은 "외국산 베어링을 국산으로 둔갑해 판매하거나 수출하는 행위는 성실한 국내 제조기업에 직접적인 피해를 주는 중대한 범죄"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국내 유통 및 수출 단계에서 원산지 표시 위반 등 불법 행위에 대한 모니터링을 강화하고 집중 단속을 실시해 공정한 무역 질서를 확립하겠다"고 밝혔다.
한편 국내 베어링 수출 실적을 보면 2023년 8억 7,075만 달러로 전년 대비 8.3% 감소했고, 2024년에는 8억 7,092만 달러로 소폭 증가했으나 2025년에는 다시 8억 6,370만 달러로 0.8% 줄었다. 이처럼 수출이 정체된 상황에서 외국산 둔갑 제품까지 시장에 유통되면 국내 기업의 피해가 더 커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관세청은 앞으로도 현장 간담회를 정례화해 수출기업의 애로를 지속적으로 듣고, 정책에 반영할 계획이다. 특히 원산지 표시 위반 단속을 강화해 국내 베어링 산업의 공정한 경쟁 환경을 조성하는 데 주력할 방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