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공공기관이 운영하는 각종 규제 가운데 기업 활동에 실질적인 부담을 주는 이른바 '숨은규제' 251건을 발굴해 합리화하기로 했다. 재정경제부는 4월 3일 비상경제본부 회의 겸 경제관계장관회의에서 관계기관 합동으로 마련한 '기업 현장 공공기관 숨은규제 합리화방안'을 확정했다고 밝혔다.
공공기관은 검사·인증, 등록·신고, 지원사업 등 정부로부터 위탁받은 업무와 조달·입찰 등 자체 사무를 수행하면서 각종 규정과 지침을 운영한다. 이는 '행정규제기본법'상 행정규제에는 해당하지 않지만 중소기업 등에게는 규제와 유사한 영향력을 행사해 왔다. 정부는 이번 조치를 통해 기업의 부담을 덜고 민생경제에 활력을 불어넣겠다는 방침이다.
이번 합리화 방안은 재정경제부, 공공기관, 중소기업 옴부즈만이 함께 기업 애로를 야기하는 숨은규제를 발굴한 결과물이다. 총 109개 공공기관이 참여해 251건의 개선 과제를 도출했으며, 우수 과제는 전체 공공기관을 대상으로 추가 참여를 유도할 계획이다. 개선 과제는 크게 ▲사업·입지 등 진입규제 합리화(44건) ▲기술개발 부담경감 및 지원 확대(39건) ▲조달방식 합리화 등 애로 해소(123건) ▲기업 관련 업무처리절차 간소화(45건) 등 4대 분야로 나뉜다.
먼저 진입규제 합리화 분야에서는 액화수소 충전시설 설치 기준이 완화된다. 한국가스안전공사는 방출구 위치 제한과 사업소 경계 거리 기준을 완화해 기업 부담을 줄이기로 했다. 액화수소 충전시설은 방출 가스가 기체임에도 불구하고 기체수소 충전시설보다 엄격한 안전 기준이 적용돼 왔으며, 거리 기준 특례도 버스 차고지에 한정돼 있었다. 또한 재도전 기업의 기회를 확대하기 위해 한국남부발전 등 6개 기관은 발전 기자재 공급자 자격 심사 시 '부도·화의' 감점 항목을 삭제한다.
기술개발 부담경감 및 지원 확대 분야에서는 물 산업 관련 시험·검사 수수료 감면 대상이 확대된다. 한국환경공단은 물산업클러스터 입주기업에 한정됐던 수수료 감면을 전체 중소·중견기업으로 확대해 중소기업은 40%, 중견기업은 20%를 각각 감면받을 수 있게 된다. 인천국제공항공사 등 5개 기관은 공공기관 자체 상생협력기금을 활용해 중소기업의 인공지능 전환 비용을 지원한다.
조달방식 합리화 분야에서는 납품대금 연동제 체결 대상이 확대된다. 에스알 등 7개 기관은 조달 계약에서 납품대금 연동제 체결 대상을 넓히고 산하기관에 대한 컨설팅을 적극 실시해 연동제 확산을 유도한다. 한국가스공사 등 6개 기관은 물품 제조·구매 계약의 하자보수보증금률을 조달청 기준과 같이 5%에서 3%로 인하한다.
업무처리절차 간소화 분야에서는 공공기관 입점 기업의 판매대금 지급 기간이 단축된다. 공영홈쇼핑 등 2개 기관은 대금 수취일 소요 기간을 '정산마감일+10일 이후'에서 '정산마감일+2일 이후'로 대폭 줄인다. 부산항만공사는 항만배후단지 입주기업의 출자지분 변경 시 사전승인을 받아야 하는 대상을 현행 5% 이상에서 10% 이상 변경으로 완화한다.
정부는 이번 과제들이 공공기관별로 내부 절차를 거쳐 가급적 빠른 시일 내에 시행되도록 하고, 2026년 하반기에는 과제 이행 점검을 실시할 계획이다. 또한 공공기관 규제개선 소통 창구인 '기업성장응답센터'를 확대하는 등 공공기관들이 기업에 영향을 미치는 숨은 규제를 지속적으로 발굴·개선하기 위한 노력을 이어갈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