뇌졸중 후유장애로 고통받는 환자들에게 농사일이 새로운 재활 치료법으로 자리잡을 전망이다. 농촌진흥청 국립원예특작과학원은 자체 개발한 '재활 치유농업' 프로그램을 전국 4개 권역에서 현장 실증한 결과, 참여자들의 신체 기능이 눈에 띄게 개선되는 효과를 확인했다고 1일 밝혔다.
이 프로그램은 뇌졸중으로 인한 편측마비(몸 한쪽 마비) 후유장애를 완화하기 위해 개발됐다. 마비된 쪽 근육을 활성화하는 데 도움이 되는 농업 동작 7가지를 활용하며, 구체적으로는 앉아서 물주기, 서서 수확하기, 호미로 고랑 만들기, 삽으로 흙 채우기 등의 활동으로 구성됐다. 2023년 개발 당시 이미 근력 향상, 걸음 속도 개선, 균형 감각 향상 등의 효과가 확인된 바 있다.
농촌진흥청은 이 기술을 2025년 한국농업기술진흥원의 산학협력지원사업을 통해 충청·전라·경상·제주 등 4개 권역에 본격 적용했다. 6개 요양병원과 13개 치유농장에서 총 122명의 뇌졸중 환자가 참여한 이번 실증은 약 8개월간 진행됐다. 그 결과, 참여자들의 근육 건강도를 나타내는 지표가 평균 28.9% 개선됐고, 신체 수행 기능을 평가하는 SPPB(Short Physical Performance Battery) 점수는 25.6% 향상됐다.
다만, 효과는 참여 방식에 따라 차이를 보였다. 자발적으로 프로그램에 참여한 환자들은 근육질 향상 효과가 컸던 반면, 기관 차원에서 수동적으로 참여한 이들은 근육질 면에서 유의미한 변화가 나타나지 않았다. 이는 환자의 의지와 적극적인 참여가 재활 성과에 얼마나 중요한지를 보여주는 대목이다.
프로그램에 참여한 환자들은 “그동안 사용하지 않았던 손과 발을 쓸 기회가 돼 좋았고, 사실 쓸 수 있다는 걸 깨달아서 좋았다”며 긍정적인 소감을 전했다. 재활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신체를 움직이는 농업 활동이 환자들에게 새로운 동기 부여가 된 셈이다.
현장의 반응도 뜨겁다. 실증에 참여한 요양병원과 치유농장 운영자, 치유농업사들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앞으로도 프로그램 운영을 적극 희망한다는 응답이 88%에 달했다. 시설 운영자들은 프로그램의 이점으로 지역사회와의 연결 강화, 치유농장의 수익 증가 등을 꼽았다.
이번 실증이 주목받는 이유는 치유농업의 대상을 획기적으로 확장했다는 점에 있다. 기존 치유농업은 주로 노인, 아동, 가족 단위 방문객, 만성질환자 등을 대상으로 심리적 안정이나 정서적 치유에 초점을 맞춰 왔다. 하지만 이번에 재활 분야에 특화된 프로그램을 개발·보급하면서 새로운 현장 수요가 창출될 가능성을 확인한 것이다.
농촌진흥청 국립원예특작과학원 도시농업과 김광진 과장은 “이번 실증은 재활 치유농업이라는 새로운 형태의 치유농업을 현장에 처음으로 보급하고, 요양병원과 농장 모두에서 의미 있는 결과를 확인했다는 데 의의가 있다”며 “앞으로 현장 체감도를 더욱 높일 수 있도록 프로그램 보급에 힘쓰겠다”고 밝혔다.
한편, 재활 치유농업 프로그램은 환자들이 입식 동작과 좌식 동작을 번갈아 수행하며 치유농장 내 세 가지 활동 공간을 이동하는 방식으로 16주간 진행된다. 주요 활동으로는 물주기, 모종삽으로 흙 채우기, 호미로 고랑 만들기, 서서 수확하기, 앉아서 제초하기, 앉아서 관수하기, 앉아서 수확하기 등이 포함된다. 농촌진흥청은 이번 실증 결과를 바탕으로 프로그램을 더욱 정교화해 전국으로 확산시킬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