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세청 이종욱 차장이 지난 2일 대구에 있는 베어링 제조기업 삼익정공을 찾아 생산 현장을 둘러보고 수출기업 관계자들과 간담회를 가졌다. 이번 방문은 최근 외국산 저가 베어링 제품의 공세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국내 업계의 애로를 듣고 해외시장 진출 지원 방안을 모색하기 위해 마련됐다.
베어링은 기계의 회전축을 지지하고 마찰을 줄여주는 핵심 부품으로, 자동차·기계·항공 등 다양한 산업에 쓰인다. 특히 삼익정공이 생산하는 리니어 베어링은 원통형 샤프트가 레일을 따라 직선으로 움직일 때 직선 운동을 구현하는 데 사용되는 정밀 부품이다. 이 회사는 1987년 설립돼 지난 2022년 제59회 무역의 날 기념식에서 1천만 달러 수출의 탑을 받은 지역 대표 수출기업이다.
간담회에서 진문영 삼익정공 대표이사는 국내 베어링 산업의 경쟁력 강화와 수출 확대를 위해 관세청의 적극적인 역할을 요청했다. 특히 자유무역협정(FTA)을 실제 수출 현장에서 효과적으로 활용할 수 있도록 제도적 지원을 강화해 달라고 당부했다. FTA를 활용하면 관세 혜택을 받을 수 있지만, 중소 수출기업은 관련 절차가 까다로워 실제 혜택을 보지 못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이에 이종욱 차장은 "국산 베어링 수출기업을 대상으로 원산지 인증수출자 제도 활용 방안을 컨설팅하는 등 현장의 목소리를 정책에 반영하겠다"고 답했다. 원산지 인증수출자 제도는 관세당국이 원산지 증명 능력을 인증한 수출자에게 원산지증명서 발급 권한을 주거나 발급 신청 시 첨부서류 제출을 간소화해 주는 제도다. 한-EU FTA, 한-영 FTA, 역내포괄적경제동반자협정(RCEP) 등에서 활용할 수 있다.
이 차장은 또 "외국산 베어링을 국산으로 둔갑해 판매·수출하는 행위는 성실한 국내 제조기업에 직접적인 피해를 주는 중대한 범죄"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국내 유통 및 수출 단계에서 외국산 베어링의 원산지 표시 위반 등 불법 행위에 대한 모니터링을 강화하고 집중 단속을 실시해 공정한 무역 질서를 확립하겠다"고 밝혔다.
한편 국내 베어링 수출은 최근 정체 상태를 보이고 있다. 관세청 통계에 따르면 볼·롤러베어링(HS 8482호) 수출 실적은 2023년 8억 7천75만 달러로 전년 대비 8.3% 감소했고, 2024년에는 8억 7천92만 달러로 0.02% 소폭 증가하는 데 그쳤다. 2025년에는 8억 6천370만 달러로 다시 0.8% 줄어들며 3년 연속 부진한 흐름을 이어가고 있다.
이번 간담회는 외국산 제품의 저가 공세와 원산지 둔갑 문제로 어려움을 겪는 국내 베어링 업계에 관세청이 직접 현장의 목소리를 듣고 지원 방안을 모색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관세청은 앞으로도 주요 수출 품목별로 현장 소통을 강화하고, 불공정 무역 행위에 대한 단속을 지속해 국내 기업의 경쟁력 제고를 지원할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