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으로 학력이나 오랜 경력이 없어도 실력만 있다면 국가기술자격 시험에 도전할 수 있는 길이 열린다. 고용노동부는 4월 3일 '국가자격 제도발전 포럼' 제1차 회의를 열고 청년층의 취업 준비 부담을 덜어주기 위한 국가기술자격 응시자격 개편 방안을 본격 논의했다고 밝혔다.
현행 국가기술자격 제도는 기술사나 기능장 같은 상위 자격을 따기 위해 최대 9년의 경력이 요구돼 청년들의 도전이 사실상 어려웠다. 실제로 기술사 평균 취득 연령은 44.8세에 달할 정도로 고령화가 심화되고 있다. 또한 '취업을 위해 자격증이 필요하고, 자격증을 따려면 경력이 필요하다'는 악순환 속에서 청년들은 제도적 장벽에 부딪혀 왔다.
포럼에 참석한 전문가들은 "능력과 의지가 있는 청년들이 학력·경력이라는 제도적 장벽 때문에 자격 취득 기회를 얻지 못하는 일이 없도록 다양한 응시자격 인정 경로를 도입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이에 고용노동부는 올해부터 네 가지 방향으로 제도 개선을 추진한다.
첫째, 기술사와 기능장 시험 응시에 필요한 경력 기간을 현행보다 2~4년 단축한다. 기술사의 경우 관련학과 대졸자는 경력 6년에서 3년으로, 기사 자격 보유자는 4년에서 2년으로 줄어든다. 기능장은 기능사 자격 보유자의 경력 요건이 7년에서 5년으로 완화된다. 이를 통해 더 많은 청년층이 빠르게 최상위 자격에 도전할 수 있을 전망이다.
둘째, 학력과 경력 중심의 응시자격을 다양화한다. 우선 '역량이음형' 제도를 도입해 학력·경력과 관계없이 이론시험에 먼저 응시하고, 합격 후 실무훈련이나 경력을 쌓으면 자격을 취득할 수 있도록 한다. 또한 '역량채움제'를 통해 직업훈련, 대학 학점 등 다양한 학습 결과를 축적해 응시자격을 인정받는 길도 연다. 이에 따라 비전공자나 경력 전환이 필요한 중장년층도 역량만 갖추면 시험에 응시할 수 있게 된다.
셋째, 교육·훈련과 자격을 연계한 '과정평가형 국가기술자격'을 확대한다. 기존에는 필기시험과 실기시험을 별도로 준비해야 했지만, 과정평가형은 현장 중심의 교육·훈련을 이수하면서 내부 평가와 외부 평가를 거쳐 자격을 취득하는 방식이다. '시험만 잘 보는' 인재가 아니라 '실제로 할 줄 아는' 인재를 양성하기 위한 취지다. 고용노동부는 청년 취업률이 높은 자격 종목을 신설하고 일학습병행과의 연계를 확대할 계획이다.
넷째, 신기술 역량을 기존 자격증에 추가로 표시할 수 있는 '플러스자격' 제도를 도입한다. 예를 들어 기계 분야 기술사가 인공지능(AI) 관련 직무역량을 새로 익히면 이를 기존 자격증에 표기해 최신 역량을 간편하게 증명할 수 있다. 이는 빠르게 변화하는 기술 환경에 맞춰 자격 취득자가 지속적으로 역량을 개발하도록 유도하기 위한 장치다.
이 밖에도 현장 실무역량을 제대로 평가할 수 있도록 작업형 실기시험을 확대하고, 우수 기술사·기능장을 시상하는 '올해의 기술사·기능장' 제도와 '기특한 명장' 성장 지원 프로그램도 추진된다.
고용노동부 임영미 고용정책실장은 "자격증이 청년들에게 취업을 위한 '기회의 사다리'가 되어야 하지, '넘을 수 없는 벽'이 되어서는 안 된다"며 "오늘 논의된 다양한 의견을 바탕으로 청년에게 더 많은 기회를 제공하고 산업현장에 필요한 인재를 양성할 수 있도록 국가기술자격 제도를 발전시켜 나가겠다"고 말했다.
고용노동부는 올해 안에 세부 개편 방안을 마련하고 청년층 의견 수렴 등 공론화 과정을 거쳐 국가기술자격법령 개정 등 필요한 절차를 추진할 예정이다. 또한 포럼과 연계한 정책 연구를 통해 실질적인 실행 과제를 도출하고 제도 개선으로 이어갈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