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으로 과거사 피해자들이 국가를 상대로 손해배상을 청구할 때 소멸시효라는 큰 장벽이 사라집니다. 법무부는 오는 2026년 2월 26일 시행되는 개정 '진실·화해를 위한 과거사정리 기본법'에 따라, 진실규명결정을 받은 피해자들의 권리구제를 확대하기 위해 소멸시효 완성만을 이유로 상소했던 국가배상소송을 모두 취하하고, 앞으로 3년간 관련 소송에서 소멸시효 항변을 하지 않기로 결정했습니다.
소멸시효는 법적으로 정해진 기간이 지나면 권리를 행사할 수 없게 만드는 제도입니다. 그동안 많은 과거사 피해자들이 오랜 시간이 흐른 뒤에야 진실이 규명되었음에도, 소멸시효가 완성되었다는 이유로 국가배상을 받지 못하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이번 결정은 이러한 불합리를 바로잡기 위한 것입니다.
법무부는 우선 해남군 민간인 희생사건과 관련해 2심 재판이 진행 중이던 국가배상소송 2건에 대한 항소를 취하했습니다. 이 사건은 1948년 정부수립 이후부터 한국전쟁 직후까지 해남군 주민들이 좌익이나 부역자라는 이유로 경찰 등에 의해 살해된 사건으로, 피해자와 유족 74명이 포함되어 있습니다.
또한 법무부는 현재 법원에서 진행 중이거나 앞으로 제기될 모든 관련 소송에 대해서도 소멸시효 항변을 철회할 방침입니다. 여기에는 진실규명 피해자와 유족 총 1만 3198명이 제기한 국가배상소송 826건이 포함됩니다. 이 중 1심 소송이 703건(원고 1만 1056명), 2심 소송이 122건(원고 2141명), 3심 소송이 1건(원고 1명)입니다.
정성호 법무부장관은 "권위주의 시대의 국가폭력에 대한 반성과 청산의 의미로 과거사정리법의 취지에 따라 소멸시효 주장을 하지 않기로 결정했다"며 "법무부는 앞으로도 과거사 피해자의 권리구제를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습니다.
개정된 과거사정리법의 핵심은 진실규명결정을 받은 사건의 피해자에 대해 민법과 국가재정법에 규정된 장기소멸시효 적용을 배제한다는 것입니다. 구체적으로 민법 제166조(손해배상청구권의 소멸시효 기산점), 제766조제2항(불법행위로 인한 손해배상청구권의 10년 소멸시효), 그리고 국가재정법 제96조제2항(국가에 대한 손해배상청구권의 5년 소멸시효)을 적용하지 않습니다.
법 시행일 이전에 이미 진실규명결정을 받은 사람들 중 단기소멸시효가 완성되었거나, 소멸시효 완성을 이유로 청구기각 확정판결을 받은 사람들도 이 법 시행일인 2026년 2월 26일부터 3년 이내에 손해배상청구권을 행사할 수 있는 기회를 얻습니다. 이는 과거사 사건의 특수성을 고려한 구제 조치입니다.
이번 조치로 그동안 법적 절차의 벽에 막혀 제대로 된 배상을 받지 못했던 과거사 피해자들과 유족들의 권리 회복이 한층 빨라질 것으로 기대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