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중동 전쟁 장기화에 따른 원유 수급 위기에 대응해 자원안보 위기경보를 최고 단계인 '경계'로 격상했다. 산업통상자원부는 4월 1일 제5차 자원안보협의회를 열고 원유 위기경보를 기존 '주의'에서 '경계'로, 천연가스는 '관심'에서 '주의'로 4월 2일 0시부터 격상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이번 결정은 호르무즈 해협 봉쇄가 1개월 이상 지속되면서 국내 원유 도입이 중단된 데 따른 것이다. 3월 1일 해협이 봉쇄된 이후 마지막으로 통과한 유조선이 3월 20일 국내에 입항한 이후 열흘 넘게 새로운 원유가 들어오지 않고 있다. 또한 중동 지역의 생산·수송시설 공격으로 국제유가 변동성도 커지고 있어 국가자원안보 확보를 위한 고시에 따라 '경계' 단계 발령 기준이 충족된 것으로 판단했다.
천연가스의 경우 카타르의 불가항력 선언 이후 현물구매와 해외자원개발 물량 등 대체 물량을 확보해 연말까지 수급 관리가 가능한 상황이다. 그러나 동아시아 국제가격이 급등해 전력과 난방요금에 영향을 줄 수 있는 만큼 정부는 보다 적극적인 수요 관리가 필요하다고 판단해 '주의' 단계로 격상했다.
정부는 위기경보 격상에 맞춰 수급 관리 조치를 강화할 방침이다. 먼저 공급 확대를 위해 호르무즈 해협을 통하지 않는 대체 물량 확보에 박차를 가한다. 물량 확보 가능성이 확인된 국가들을 대상으로 상무관과 코트라의 글로벌 네트워크를 활용해 아웃리치에 나선다. 한국석유공사의 해외 생산분을 본격 도입하고, 비축유는 스와프 방식으로 민간의 대체 원유 선적을 지원한다. 스와프는 민간이 대체 원유를 선적할 때 비축유를 제공하고, 민간 선적분이 국내에 반입되면 상환하는 방식이다.
공공과 민간 전반에 대한 수요 관리도 강화한다. 원유 '주의' 단계 발령 이후 3월 25일부터 시행 중인 공공분야 의무적 차량 5부제를 경보 상향에 맞춰 더 강화한다. 기후에너지환경부는 민간의 에너지 절약을 촉진하고, 국토교통부는 대중교통 이용 촉진과 교통비 부담 경감을 위한 시책을 추진한다. 천연가스 수요 관리를 위해 원전 이용률을 높이고 석탄발전 폐지 시기를 연장하는 방안도 추진한다.
원유 도입 차질에 따라 수급 영향을 받고 있는 나프타와 석유제품에 대해서도 공급망 관리를 강화한다. 나프타 매점매석을 금지하고 수출 물량을 내수로 전환하며, 대체수입에 따른 수입단가 차액 지원을 추경안에 반영하는 등 해외 물량 도입을 지원한다. 석유화학 제품도 필수재 생산 차질이 없도록 수급 점검과 공급망 관리에 만전을 다한다.
민생 안정을 위해 최고가격제 효과를 국민들이 체감할 수 있도록 시장감독 조치를 강화한다. 가격동향과 시장 상황을 실시간으로 모니터링하고, 범부처 합동점검단을 통해 점검과 단속을 강화해 위법 행위 적발 시 무관용 원칙 아래 관련 법령에 따라 엄단할 계획이다.
한국석유공사, 한국가스공사, 한국석유관리원 등 유관기관들은 일일 도입 및 수급 동향 점검, 비축유 활용 및 국제공동비축 물량 도입, 석유 유통시장 질서 확립 등 위기경보 단계 '경계' 격상에 따라 필요한 조치를 추진한다. 정부와 유관기관 모두 더욱 긴밀한 협업 체계를 구축하기로 했다.
김정관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은 "정부는 위기 경보 격상에 맞춰 한 단계 높은 대응체계로 전환하겠다"고 밝히며 "국민께서도 엄중한 현재의 위기를 극복하는 데 동참해 달라"고 당부했다.
한편 제5차 자원안보협의회는 4월 1일 오전 8시 30분부터 1시간 동안 무역보험공사 대회의실에서 열렸다. 산업부 장관이 주재하고 재정경제부,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외교부, 행정안전부, 기후에너지환경부, 국토교통부, 해양수산부, 중소벤처기업부, 기획예산처, 국가정보원, 국가안보실, 국가데이터처, 관세청, 조달청 등 15개 관계부처 차관과 한국석유공사, 한국가스공사, 한국석유관리원, 한국가스안전공사, 한국가스기술공사, 한국에너지공단, 한국지역난방공사, 한국전력거래소, 에너지경제연구원 등 9개 유관기관이 참석했다. 주요 안건은 자원안보 위기경보 격상 의결과 단계별 조치 실적 및 향후 조치계획 보고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