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 용인시의 한 가정의학과 의사가 비만 치료가 필요 없는 환자들에게 마약류 식욕억제제를 장기간 과다 처방한 혐의로 적발됐다. 식품의약품안전처는 이 의사 A씨를 마약류 관리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검찰에 송치했다고 15일 밝혔다.
식약처가 지난해 9월 마약류 전담 수사팀을 꾸린 뒤 의료진의 불법 처방에 대해 형사 조치한 첫 사례다. 식약처는 마약류통합관리시스템(NIMS) 빅데이터를 분석해 A씨가 식욕억제제를 장기간 처방한 정황을 포착했다. 이후 외부 의학 전문가의 타당성 검토를 거쳐 오남용이 의심되자 압수수색 등 강제수사에 나섰다.
수사 결과 A씨는 2019년 1월 29일부터 올해 1월 24일까지 7년여간 특정 환자 24명에게 펜터민과 펜디메트라진 성분의 식욕억제제를 총 907회에 걸쳐 5만 2841정을 처방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들 환자의 체질량지수(BMI)는 대부분 20 내외로, 식욕억제제 처방이 필요 없는 수준이었다.
식욕억제제 허가사항에 따르면 해당 약물은 BMI가 30 이상인 일반인이나, 고혈압·당뇨 등 위험인자가 있을 경우 BMI 27 이상인 외인성 비만 환자에게 단기간 체중 감량 보조요법으로만 사용할 수 있다. 그런데 A씨는 환자들이 계속 약을 요구한다는 이유로 147개월 동안 1만 7363정을 과다·장기 처방했다.
더욱이 A씨는 일부 환자에게는 직접 진료 없이 접수대에서 바로 처방전을 발급하거나, 정해진 투약 기간보다 일찍 찾아온 환자에게 중복으로 약을 내주는 등 상습적인 불법 처방을 한 것으로 확인됐다. 식약처는 "중독성이 강한 마약류를 의학적 타당성 없이 장기간 처방해 환자의 건강을 위협한 중대한 위반 행위"라고 설명했다.
펜터민과 펜디메트라진은 향정신성 의약품으로 지정된 식욕억제제다. 이른바 '나비약'으로 불리며 다이어트 목적으로 많이 찾지만, 남용 시 중독·불면·환각·혈압 상승 등 심각한 부작용을 일으킬 수 있다. 식약처는 앞으로도 마약류 전담 수사팀을 중심으로 의료계의 불법 처방 행위를 지속적으로 감시하고, 적발 시 엄정 대응할 방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