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4월 11일 경기도 광명시 일직동에서 발생한 신안산선 터널 붕괴사고는 설계 오류와 시공·감리 단계의 부실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라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 국토교통부 건설사고조사위원회(이하 사조위)는 4월 2일 이 같은 내용의 조사 결과를 발표하고, 유사 사고 재발 방지를 위한 제도 개선 방안을 제시했다.
이번 사고는 신안산선 5-2공구 2아치터널 공사 중 발생했다. 2아치터널은 중앙에 기둥을 세우고 좌우로 확장하는 방식으로, 중앙기둥이 전체 하중을 지탱하는 핵심 구조물이다. 사고 당시 터널 내부에서 작업 중이던 근로자 1명이 숨지고 1명이 다쳤으며, 상부 도로(오리로)도 함께 함몰됐다.
사조위는 산·학·연 전문가 12명으로 구성돼 지난해 4월 17일부터 활동을 시작했다. 총 27차례 전체회의와 6차례 현장조사, 4차례 관계자 청문 등을 진행했으며, 외부 전문기관과 함께 시추조사와 지반조사, 정밀 구조해석을 실시했다.
조사 결과, 사고의 직접적 원인은 설계 단계에서 발생한 하중 계산 오류였다. 2아치터널 중앙기둥(단면 0.4×1.2m)은 실제로 3m 간격으로 설치되는데, 설계자는 이를 간격 없이 연속으로 설치된 것처럼 잘못 계산했다. 이로 인해 중앙기둥에 가해지는 하중을 실제보다 2.5배 작게 산정해 구조적 안정성이 크게 떨어진 상태였다.
여기에 사고 구간 지반 내 단층대가 존재했으나 설계 및 시공 과정에서 이를 전혀 파악하지 못했다. 터널 굴착 중에는 지반 전문 기술인이 매 1m마다 굴착면(막장)을 직접 관찰해야 하지만, 일부 작업에서 사진 관찰로 대체됐다. 더욱이 시공사가 자체 수립한 안전관리계획에는 실무 경력 5년 이상의 고급 기술자가 막장을 관찰하도록 돼 있었으나 실제로는 자격 미달인 기술인이 이를 수행했다.
단계별 책임을 살펴보면, 설계사는 중앙기둥 설계에서 하중을 과소 적용하고 기둥 길이를 실제(4.72m)보다 훨씬 짧은 0.335m로 잘못 고려하는 등 중대한 설계 오류를 범했다. 설계 감리(설계 단계 건설사업관리)는 이 같은 오류를 걸러내지 못했다.
시공사와 시공 감리는 착공 전 설계도서를 검토했으나 오류를 발견하지 못했다. 특히 2024년 9월 중앙터널 폭을 확대하는 설계변경을 할 때도 오류를 확인하지 않고 기둥 제원과 철근량을 그대로 유지했다. 시공사는 안전관리계획에 따른 막장 관찰 기준을 지키지 않았고, 종점부 암반 등급이 설계보다 불량했음에도 암반 판정을 하지 않았다. 또한 매일 공종별로 실시해야 하는 자체 안전점검과 정기 안전점검을 일부 누락했으며, 중앙기둥 균열 관리 대장을 작성하지 않고 부직포로 감싸 균열이나 변형 같은 전조 증상을 확인하지 못했다.
시공 순서도 문제였다. 설계도서에는 터널 굴착 후 강지보 설치, 숏크리트 타설, 강관 보강 그라우팅 순서로 돼 있었지만 실제로는 강관 보강 그라우팅을 먼저 실시했다. 시공사는 시공 감리 단장의 승인만 받고 구조적 안전성 확인을 하지 않았다. 또 좌·우측 터널 굴착 깊이 차이를 20m 이내로 유지하도록 돼 있었으나 실제로는 최대 36m까지 벌어졌는데, 시공 감리는 이에 대해 발주자에게 보고하지 않았다.
국토교통부 서울지방국토관리청은 사조위 조사 과정에서 드러난 부실 사항을 확인하기 위해 지난 2월 국토안전관리원, 한국도로공사, 민간 전문가 등과 함께 특별 점검을 실시했다. 그 결과 건설기술진흥법 위반 사항(막장 관찰자 자격 미달, 암판정 미실시, 정기안전점검 일부 누락, 시공 순서 변경 후 안전성 확인 누락)과 건설산업기본법 위반 사항(불법 재하도급)을 적발했다. 강관 보강 그라우팅 공사에서 발주자의 서면 승낙 없이 전문건설업자에게 재하도급한 사실이 확인됐다.
사조위는 유사 사고 예방을 위해 설계·시공 중 지반 조사 강화와 중앙기둥 안전관리 기준·절차 강화 등 재발 방지 대책을 제안했다. 우선 터널 공사 시 지반 조사 간격을 현행 100m에서 50m 이내로 좁혀 정확도를 높이기로 했다. 또 터널 시공 시 막장 관찰자 자격을 지반공학·지질 관련 전공자에서 토질·지질 분야 중급 기술자로 상향하고, 관찰 결과는 고급 기술자 이상인 감리자가 확인하도록 의무화한다.
중앙기둥에 대해서는 설계 단계에서 굴착 단계를 고려한 3차원 해석을 의무화(현행은 2차원 또는 3차원 선택)한다. 시공 단계에서는 균열 조사를 강화하고 콘크리트 변형률계 등을 통한 계측 관리를 의무화한다. 건설기술진흥법상 정기 안전점검(터널 공사 중 총 3회 실시)도 터널 구조와 주변 지반 여건을 고려하도록 기준을 강화할 계획이다.
사조위 손무락 위원장은 “사고조사 결과를 정리해 4월 중 국토교통부에 최종 보고서를 제출할 예정”이라며 “터널 공사 안전 강화를 위해 제안된 제도 개선이 조속히 이뤄지길 바란다”고 밝혔다.
국토교통부는 이번 조사 결과를 관계 부처와 지방정부에 통보해 유사 사고 재발 방지를 추진하는 한편, 설계 과실과 시공·감리 부실에 따라 관련 업체(설계사·건설사·감리사)에 영업정지 처분을 내릴 방침이다. 또한 업무상 과실치사상과 산업안전 법령 위반 등 형사처벌 사항에 대해 경찰과 고용노동부 등 수사 기관에 조사 결과를 공유하고 적극 협조할 계획이다.
이번 사고가 발생한 신안산선은 안산~광명~여의도를 잇는 총연장 44.9km의 복선전철 민간투자사업으로, 총사업비 3조 3,465억 원이 투입됐다. 사고가 난 5-2공구는 광명시 일직동 인근 4.27km 구간으로, 설계사는 ㈜제일엔지니어링종합건축사사무소와 ㈜단우기술단, 시공사는 ㈜포스코이앤씨와 ㈜서희건설, 시공 감리는 ㈜동명기술공단종합건축사사무소 등이 맡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