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으로 정기 세무조사를 받을 때 납세자가 직접 조사 시기를 선택할 수 있게 된다. 국세청은 4월 2일 한국경제인협회 초청 간담회에서 이 같은 내용을 담은 세무조사 혁신방안을 발표했다.
임광현 국세청장은 간담회에서 중동전쟁 장기화와 글로벌 공급망 재편 등 대외 불확실성으로 어려움을 겪는 기업들의 현장 목소리를 청취했다. 국세청은 석유화학 등 중동전쟁 피해 업종에 대해 법인세 납부기한을 연장하고 세무조사 착수를 유보하며, 해외 진출 기업의 이중과세 문제 해소를 위해 상호합의 회의를 활성화하고 양자 교류를 확대하기로 했다.
이 자리에서 국세청은 개청 60주년인 2026년을 '세무조사 대전환의 원년'으로 선포하고, 기업 부담을 획기적으로 낮추는 방안을 내놓았다. 임 청장은 "기업의 성장이 곧 경제성장이라는 국민주권정부의 친기업 기조에 맞춰 납세자 관점에서 세무조사를 합리적으로 재설계하겠다"며 "특히 정기검진 성격의 정기 세무조사는 납세자가 조사 시기를 직접 고를 수 있도록 할 것"이라고 말했다.
가장 눈에 띄는 변화는 '정기 세무조사 시기선택제' 전면 시행이다. 기존에는 국세청이 조사 시기를 정하면 납세자가 특별한 사유 없이 이를 변경하기 어려웠지만, 앞으로는 정기조사 대상자로 선정된 납세자가 3개월 범위 내에서 월 단위로 원하는 시기를 1순위와 2순위로 선택할 수 있다. 실제 조사는 착수 20일 전까지 정식 사전통지를 받게 된다. 이를 통해 기업은 결산이나 주주총회 등 경영상 중요한 시기를 피해 조사를 받을 수 있고, 조사 기간에는 세무 이슈에만 집중할 수 있게 된다.
또한 국세청은 세무조사 과정에서 반복적으로 지적되는 10개 유형을 '중점검증항목'으로 선정해 사전에 공개했다. 이 항목들은 최근 조사 실적을 분석해 자주 과세되는 핵심 유형을 추려낸 것으로, 국세청 홈페이지에서 유형별 유의사항, 실제 과세 사례, 질의응답 등을 확인할 수 있다. 세무조사 통지 시에는 안내자료도 함께 제공된다.
류진 한국경제인협회 회장은 "기업에게 예측 불가능성이 가장 큰 리스크인데, 조사 시기와 절차를 알 수 없으면 부담이 훨씬 커진다"며 "이번 혁신방안이 기업하기 좋은 환경을 만드는 데 기여할 것"이라고 기대했다.
국세청은 지난해부터 기업 사무실에 장기간 머물며 진행하던 현장 상주조사를 최소화하는 방안을 시행 중이다. 여기에 이번 시기선택제와 중점검증항목 사전공개까지 더해 세무조사의 예측 가능성을 대폭 높이겠다는 계획이다.
다만 국세청은 이번 혁신이 세무조사 방식을 납세자 중심으로 바꾸는 것일 뿐, 탈루 혐의를 검증하는 본질적 기능은 기존과 같이 엄정하게 유지한다는 방침이다.
국세청은 현장 상주조사 최소화와 함께 시기선택제, 중점검증항목 사전공개를 안정적으로 정착시키고, 앞으로도 조세정의를 위해 세무조사는 엄정하게 실시하되 기업 현장의 목소리를 반영해 조사 방식을 합리적이고 예측 가능하게 혁신해 나갈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