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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 IT 강국의 한국, 보험 AI는 어디로 가나

 기자의 눈  IT 강국의 한국, 보험 AI는 어디로 가나

기자의 눈 IT 강국의 한국, 보험 AI는 어디로 가나

국내 보험업계는 세계 최고 수준의 디지털 인프라와 다양한 서비스 혁신을 이미 구축했지만, 오히려 그 축적된 구조가 새로운 변화의 속도를 늦추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규제와 시스템 복잡성이 겹치면서 AI 확장 속도는 제한되고 있지만, 글로벌 경쟁력 자체는 여전히 유효하다는 분석이다.

한국은 대표적인 IT 강국으로, 보험 산업 역시 디지털 전환이 빠르게 진행돼 왔다. 모바일 기반 다이렉트 보험, 실시간 보험금 청구, 자동 심사 시스템, 헬스케어 연계 서비스 등 디지털 기반 서비스는 이미 일상화된 상태다.

삼성화재는 AI 기반 심사와 보험사기 탐지 시스템을 운영하고 있으며, 건강 데이터 기반 위험 분석도 활용하고 있다. 한화생명은 인공지능 컨택센터를 도입했고, 교보생명과 현대해상, 삼성생명도 생성형 AI 기반 상담 및 업무지원 시스템을 구축했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국내 보험시장은 디지털 인프라와 서비스 완성도가 매우 높아 기본적인 편의성과 접근성은 이미 상당 부분 해결된 상태”라며 “소비자 입장에서는 추가적인 혁신이 체감되기 어려운 구조”라고 말했다.

문제는 이 ‘완성도 높은 구조’가 오히려 새로운 변화를 어렵게 만든다는 점이다. 기존 시스템은 대규모로 구축돼 있어 쉽게 수정하기 어렵고, 다양한 서비스가 이미 얽혀 있어 구조 변경 비용도 크다. 여기에 규제 환경도 영향을 미친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망분리 규제로 인해 신기술 도입과 연구개발에 제약이 있었던 것이 사실”이라며 “내부망 규제를 안전하게 완화하는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는 추세”라고 말했다. 실제로 금융권에서는 보안 규정과 내부 시스템 구조로 인해 오픈소스 AI나 클라우드 기반 서비스 도입에 어려움이 지속돼 왔다.

이처럼 국내 보험 AI는 기술 부족이 아니라 ‘움직이기 어려운 구조’가 병목으로 작용하고 있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이미 구축된 시스템이 크고 복잡해 변화하기 어려울뿐더러 작은 변화도 전체 구조를 건드리는 문제가 된다”며 “새로운 시도를 하기보다 기존 체계를 유지하려는 경향이 강해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러한 흐름이 장기적으로는 기술 격차로 이어질 가능성도 제기된다. 글로벌 보험시장은 AI를 중심으로 소비자 경험을 단순화하며 빠르게 구조 전환을 진행하고 있다.

미국 디지털 보험사 레모네이드(Lemonade)는 AI를 개별 기능이 아니라 사업 전반에 통합한 사례로 꼽힌다. AI가 계약 체결과 인수심사, 보험금 지급까지 하나의 흐름으로 연결되고, 이 과정에서 축적된 데이터가 다시 서비스 개선과 상품 설계로 이어지는 구조다.

이렇게 축적된 데이터가 AI 성능을 고도화하고, 개선된 알고리즘이 다시 더 많은 고객과 데이터를 유입시키는 선순환 구조가 형성될 경우, 시장 간 격차는 더욱 확대될 수 있다는 분석이다.

다만 아직 늦지 않았다는 평가도 나온다. 국내 보험사들은 높은 디지털 인프라와 오랜 기간 축적된 상품 설계, 리스크 관리, 운영 역량을 바탕으로 해외 시장에서도 일정 수준의 성과를 만들어내고 있다.

특히 DB손해보험은 2025년 미국 특화보험사 포테그라 인수를 추진하며 글로벌 시장 확대에 나섰다. 업계에서는 이를 저출산과 고령화로 성장 여력이 제한된 국내 시장을 넘어 새로운 수익 기반을 확보하기 위한 전략적 행보로 보고 있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국내 보험사는 상품 설계, 리스크 관리, 운영 역량 등에서 충분한 경쟁력을 보유하고 있다”며 “문제는 역량이 아니라 이를 새로운 시장과 구조로 연결하는 속도”라고 말했다.

결국 핵심은 방향이다. 이렇게 놓고 보고만 있으면, 현재까지 이뤄온 격차보다 더 큰 격차를 맞게 될 수 있다. 한국도 규제 완화와 기술 환경 변화가 동시에 진행되고 있는 만큼, 빠르게 다시 IT 강국의 저력을 보여줄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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