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24일 한국과 유럽연합(EU)이 연구·혁신 협력을 한 단계 끌어올리는 새로운 협정을 체결했다고 밝혔다. 이 협정은 양국 간 과학기술 교류를 확대하고, 글로벌 과제 해결을 위한 공동 노력을 강화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특히 한국이 EU의 대표적인 연구개발(R&D) 프로그램인 '호라이즌 유럽(Horizon Europe)'에 정식 연관국(Associated Country)으로 가입함으로써, 한국 연구자들이 대규모 자금과 네트워크에 접근할 수 있게 됐다.
호라이즌 유럽은 EU가 2021년부터 2027년까지 7년간 총 956억 유로(약 130조 원)를 투입하는 세계 최대 규모의 연구·혁신 프로그램이다. 이 프로그램은 기후 변화 대응, 디지털 전환, 건강·웰빙 등 6대 클러스터를 중심으로 운영되며, 회원국 외 연관국 연구자들도 참여할 수 있다. 한국은 이번 협정으로 2025년부터 2027년까지 3년간 약 6억 7,400만 유로(약 9,500억 원)를 기여금으로 납부하고, 프로그램의 모든 기회에 동등하게 참여하게 된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 관계자는 "한국 연구자들이 호라이즌 유럽의 공모에 적극 참여할 수 있도록 지원을 강화하겠다"며 "이미 100여 개 한국 기관이 연계 프로젝트에 참여 중이며, 이번 가입으로 규모가 대폭 확대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실제로 한국은 2021년부터 호라이즌 유럽의 비연관국(Non-Associated Third Country) 지위로 제한적으로 참여해왔으나, 정식 가입으로 공동 연구비 지원, 기술 이전, 인력 교류 등이 원활해질 전망이다.
협정 서명식은 이날 화상으로 진행됐다. 한국 측에서는 이종호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이, EU 측에서는 마리야 가브리엘(Mariya Gabriel) 혁신·연구·문화·청년·스포츠 집행위원이 서명에 참여했다. 이는 2004년 한-EU 과학기술 협력 협정 체결 이후 양측 관계를 더욱 심화하는 상징적인 행보다.
이번 협력 확대는 EU의 '글로벌 접근(GloBAI) 전략'과 맞물려 이뤄졌다. EU는 미국, 일본, 캐나다 등 우수 연구 강국들을 연관국으로 끌어들이며 프로그램의 글로벌 경쟁력을 높이고 있다. 한국의 경우 인공지능(AI), 양자컴퓨팅, 그린 에너지 등 첨단 분야에서 EU와의 시너지가 기대된다. 예를 들어, 기후 변화 대응 클러스터에서는 탄소 중립 기술 개발을 위한 공동 프로젝트가 추진될 예정이다.
호라이즌 유럽 외에도 협력 범위가 확대된다. EU의 '유로스타(EurSTARs)'와 '유럽혁신이사회(EIC) 패스파인더(Pathfinder)', 'EIC 트랜지셔너(Transition)' 프로그램에도 한국이 새롭게 참여한다. 이들 프로그램은 중소기업(SME)과 스타트업 중심의 혁신 기술 개발을 지원하며, 한국 기업들의 유럽 시장 진출 교두보가 될 것으로 보인다.
한국 연구계에서는 이번 소식에 환영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KAIST와 서울대 등 주요 대학 연구소들은 이미 EU 파트너와의 네트워크를 구축 중이며, 정부는 참여를 위한 컨소시엄 구성과 사업 공모 정보를 적극 홍보할 계획이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별도의 '호라이즌 유럽 참여 지원센터'를 운영해 연구자들의 신청을 돕고, 기여금 일부를 국내 연구비로 환원하는 방안도 검토 중이다.
이 협정은 한-EU 정상회담에서 논의된 과학기술 협력 강화 방안의 후속 조치이기도 하다. 양측은 앞으로 정기적인 공동위원회 회의를 통해 협력 분야를 세부 조정하고, 새로운 프로그램 개발에도 협력하기로 했다. 글로벌 공급망 불안정과 기술 패권 경쟁 속에서 한국-EU 협력은 안정적인 R&D 생태계를 구축하는 데 기여할 것으로 평가된다.
전문가들은 "한국의 반도체·배터리 기술과 EU의 그린딜 정책이 결합되면, 지속 가능한 미래 기술 개발에 획기적인 진전을 가져올 수 있다"고 전망했다. 이번 협정으로 한국 연구 투입 예산이 연평균 3,000억 원 이상 확대될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연구자들이 호라이즌 유럽 공고를 실시간 확인할 수 있도록 전용 포털을 구축 중이며, 세부 참여 가이드라인을 조만간 배포할 예정이다. 이를 통해 한국이 글로벌 연구 주도로 도약하는 계기가 될 것으로 기대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