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생명보험사, IFRS17 도입 후 상품 포트폴리오 ‘다변화’ 시급
2023년 새 국제회계기준(IFRS17) 시행 이후 국내 생명보험사들이 높은 이익을 기록하고 있으나, 보장성 보험에 치우친 상품 포트폴리오를 연금상품 등으로 다변화하고 리스크 관리 체계를 고도화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왔다.
보험연구원이 22일 발표한 ‘회계 제도 변화와 생명보험산업 대응방안’ KIRI 리포트에 따르면, IFRS17 도입 이후 생명보험사의 당기순이익은 제도 시행 전 3조원 중후반대에서 시행 후 5조원 이상으로 증가했다.
이는 보험계약서비스마진(CSM)이 높은 보장성 보험 판매를 공격적으로 확대한 영향이 크며, 실제로 수입보험료 중 보장성 보험이 차지하는 비중은 2020년 56%에서 2024년 69%까지 상승했다.
하지만 이러한 외형 성장 이면에는 위기 징후가 나타나고 있다. 보장성 보험 위주의 전략으로 초회보험료는 2024년 기준 전년 대비 37.5% 급증했으나, 기존 계약 해지 등이 맞물리며 전체 수입보험료는 0.9% 성장에 그쳐 정체 국면에 진입했다. 미래 이익 지표인 CSM 잔액 역시 신계약 유입에도 불구하고 계리적 가정 변경과 계약 해지 등 감소 요인이 반영되면서 2024년 말 기준 전년 대비 2.6% 증가에 그쳐 증가세가 둔화됐다.
건전성 지표인 지급여력(K-ICS·킥스)비율도 하향세다. 금리 하락으로 가용자본은 감소한 반면, 보장성 보험 확대에 따른 보험위험액 증가로 요구자본은 늘어나고 있기 때문이다. 2024년 말 생명보험사 자본은 금리 변동에 따른 기타포괄손익누계액이 28조5000억원 급감하면서 1년 만에 20조원 이상 줄어든 82조1000억원을 기록했다.
국내 상황과 달리 IFRS17을 적용 중인 영국 생명보험산업은 연금상품을 중심으로 안정적인 수익 기반을 유지하고 있어 대조를 이룬다. 영국의 경우 2023년 제도 도입 이후에도 연금상품이 전체 수입보험료의 약 90%를 차지하며 핵심 수익원 역할을 지속하고 있다.
영국의 대형 보험사 AVIVA는 연금상품 비중을 높게 유지한 결과, IFRS17 시행 이후에도 CSM 잔액이 2022년 말 64억8000만 파운드에서 2024년 말 77억7000만 파운드로 연평균 9.5% 증가하는 기록을 세웠다. 특히 영국은 ‘매칭조정(Matching Adjustment)’ 제도를 통해 연금계약 등 장기 부채에 대해 자산운용 수익률을 반영한 높은 할인율을 적용할 수 있도록 제도적으로 뒷받침하고 있다.
이에 따라 국내 생명보험사들도 보장성 보험 쏠림 현상에서 벗어나, 연금상품을 기반으로 한 지속 가능한 성장 동력을 확보해야 한다는 제언이 나온다.
보고서를 작성한 노건엽 보험연구원 금융제도연구실장은 “보장성 보험 중심의 영업으로 신계약 CSM은 유입되고 있으나 가정 변경과 보유계약 해지 등 감소 요인이 이를 상쇄하는 양상”이라며 “연금상품을 기반으로 한 안정적 전략을 모색하고, 장기부채 특성에 부합하는 자산운용과 리스크 관리 체계 고도화가 병행돼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