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에서 기후 전환을 위한 금융·산업·정책 간 협력 방안을 논의하는 장이 마련됐다. 10일 앰배서더 서울 풀만 호텔에서 ‘CDP 코리아 컨퍼런스 2026’이 개최돼 정부와 금융, 산업계 등 약 260명이 참석한 가운데 저탄소 경제 전환이 불가피한 시대적 과제로 부상하며 이에 대한 다각적 접근이 강조됐다. 이번 행사의 주제는 ‘기후변화와 기업·산업·금융의 전환’으로, 기존의 환경 정보 공개 중심 행사에서 벗어나 전환 전략과 실행 방안을 심층 논의하는 전문 컨퍼런스로 거듭났다.

기후 데이터의 투명성과 공시 제도가 경제 전환의 핵심 인프라로 부각됐다. CDP한국위원회 장지인 위원장은 고탄소 경제의 구조적 변화가 이미 가속화되고 있다며, 기후위기를 선제적으로 대응하는 시스템 구축이 중요하다고 밝혔다. 특히 CDP가 확보한 글로벌 기후 데이터 네트워크가 투자 결정을 변화시키고 산업 구조의 고도화를 이끌 수 있다는 전망이 나왔다. 호세 오르도네스 CDP 글로벌 APAC 대표는 전 세계에서 환경 데이터 기반 의사결정을 통해 약 2180억 달러의 경제적 기회가 창출된 사례를 제시하며, 데이터 통합의 전략적 가치를 강조했다.
정치권과 정부도 제도적 기반 마련에 나설 뜻을 밝혔다. 민병덕 국회의원은 지속가능성 공시가 단기적인 의무를 넘어 기업 경쟁력 강화의 도구가 되어야 한다며, 법정 공시 체계로의 점진적 전환을 제안했다. 김성환 기후에너지환경부 장관은 재정·금융·기술 지원을 포괄하는 정책 패키지를 통해 탈탄소 전환의 안정적 추진 기반을 조성하겠다고 밝혔다. 이한주 대통령 정책특별보좌관은 기후공시 제도의 정착과 전환금융 확대가 핵심 과제라고 덧붙였다.
이번 컨퍼런스에서는 국내 기업들의 기후 경영 성과도 조명됐다. 총 35개 기업이 기후변화 대응 우수기업으로 선정됐으며, 케이티엔지, 현대위아, 현대자동차 등 5개사가 ‘2025 탄소경영 아너스 클럽’에 이름을 올렸다. 명예의 전당에는 SK하이닉스, 삼성전자, 신한금융지주 등이 포함됐고, 물 경영 부문 대상은 현대자동차가 수상했다. 이 같은 성과는 기업의 환경 경영이 단순한 사회적 책임을 넘어 글로벌 시장에서의 생존 전략으로 자리 잡고 있음을 보여준다.
이번 논의는 보험업계에도 중요한 시사점을 제공한다. 기후 리스크 평가와 데이터 기반 리스크 프라이싱이 보험 상품 설계와 자산 운용의 핵심 요소로 부상할 전망이다. 기후 전환 과정에서 발생하는 실물 리스크와 전환 리스크를 정밀하게 측정하고 반영하는 체계가 강화될 경우, 보험사의 리스크 관리 방식에도 구조적 변화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