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 내 보험 및 재보험 시장에서 자본의 유동성을 높이기 위한 제도 개선 요구가 본격화되고 있다. 재보험업계 단체인 버뮤다보험 및 재보험사 협회(ABIR)와 아일랜드 보험업계 대표 기구인 보험 아일랜드(Insurance Ireland)가 공동으로 EU 차원의 증권화 규제 재검토를 요청하며, 보험사의 금융시장 참여 확대 필요성을 강조했다. 이들은 솔벤시Ⅱ 동등성(Equivalence) 제도를 적용받는 국가의 보험사들이 유럽 자본시장에 진입할 수 있는 제도적 장벽을 완화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현재 EU의 증권화 규제는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도입된 체계로, 금융 안정성 확보를 목표로 은행뿐 아니라 보험사의 투자 활동에도 엄격한 기준을 적용하고 있다. 그러나 업계에서는 이러한 규제가 장기적으로 자본의 효율적 배분을 저해할 수 있다는 우려를 제기한다. 특히 보험사가 증권화상품에 투자하는 데 있어 자본 적립 요건이 과도하게 높게 설정되면서 실물경제로의 자본 공급에 제동이 걸릴 수 있다는 지적이다.
ABIR과 보험 아일랜드는 규제 완화 시 기업 자금 조달과 인프라 프로젝트 중심의 장기 투자가 활성화될 것으로 전망했다. 보험자본의 유입은 은행 중심의 금융 구조에서 벗어나 다원화된 자금 공급 체계를 구축하는 데 기여할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이는 EU가 추진 중인 자본시장 동원(Capital Markets Union) 전략과도 궤를 같이 한다는 분석이 나온다.
업계 관계자들은 이번 요구가 유럽의 금융정책 논의 흐름 속에서 실질적인 규제 개편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고 내다본다. 자본시장의 유연성과 안정성 사이에서 균형을 찾는 정책 논의가 본격화되며, 보험사의 역할 확대에 대한 기대감도 함께 커지고 있다. 향후 EU 집행위원회 및 유럽보험연금감독청(EIOPA)의 대응 방향이 시장의 관심을 받을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