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으로 상장회사의 이사회는 더 독립적으로 운영되고, 소수주주의 목소리가 기업 경영에 더 잘 반영될 전망이다. 법무부는 상장회사의 투명성과 책임성을 강화하고 주주의 권익을 보호하기 위해 개정 상법을 2026년 7월 23일부터 9월 10일까지 순차 시행한다고 23일 밝혔다.
그동안 상장회사의 의사결정 과정에서 최대주주와 경영진의 영향력이 지나치게 커 기업의 지속 가능한 성장과 일반 주주의 권익 보호에 걸림돌이 된다는 비판이 꾸준히 제기돼 왔다. 이에 법무부는 상장회사의 내부통제 기능을 강화하고 주주의 다양한 의견이 충실히 반영될 수 있도록 상법 개정을 추진, 2차례에 걸쳐 개정을 완료했다.
개정 상법의 첫 번째 핵심은 '사외이사' 제도를 '독립이사'로 개편한 것이다. 기존에는 상장회사 이사회에 사외이사를 두도록 했지만, 명칭을 독립이사로 바꾸고 그 비중을 전체 이사 수의 4분의 1 이상에서 3분의 1 이상으로 높였다. 다만 자산총액 2조원 이상인 대규모 상장회사는 기존처럼 3인 이상이면서 전체 이사 수의 과반수를 독립이사로 선임해야 한다. 이는 이사회가 경영진을 객관적으로 감시하고 견제할 수 있는 기능을 강화하기 위한 조치다.
두 번째는 감사위원 선임과 해임 과정에서 최대주주의 영향력을 더욱 제한하는 '합산 3%룰' 강화다. 기존에는 최대주주가 사외이사인 감사위원을 선임하거나 해임할 때는 '개별 3%룰'만 적용돼, 최대주주 본인의 지분만 3%로 제한되고 특수관계인의 지분은 따로 계산됐다. 이로 인해 최대주주가 특수관계인의 지분을 활용해 자신이 원하는 후보자를 감사위원으로 선임하는 사례가 많았다. 개정 상법은 모든 감사위원 선임과 해임에 '합산 3%룰'을 적용해 최대주주와 특수관계인의 지분을 합쳐 최대 3%까지만 의결권을 행사할 수 있도록 했다. 이에 따라 최대주주가 감사위원 선임에 과도한 영향력을 행사하는 것을 원천적으로 차단할 수 있게 됐다.
세 번째는 대규모 상장회사가 감사위원을 분리 선출해야 하는 인원을 기존 1명에서 2명으로 확대하는 것이다. 감사위원 분리 선출 제도는 주주총회에서 감사위원이 될 이사를 다른 이사들과 따로 선임하는 방식이다. 일반적으로는 이사를 먼저 일괄 선임한 뒤 그중에서 감사위원을 뽑는데, 이 경우 최대주주가 이미 영향력을 행사해 이사들을 선임한 후에 감사위원을 정하기 때문에 의결권 제한 효과가 약했다. 반면 분리 선출을 하면 감사위원 선임 단계에서 바로 합산 3%룰이 적용돼 최대주주의 영향력이 크게 줄어든다. 분리 선출 대상을 1명에서 2명으로 늘리면 감사위원회의 독립성이 한층 더 강화될 것으로 기대된다.
네 번째는 대규모 상장회사에 '집중투표제'를 의무화한 것이다. 집중투표제는 2명 이상의 이사를 선임할 때 각 주주가 보유한 주식 수에 선임할 이사 수를 곱한 만큼 의결권을 행사할 수 있게 하고, 이 의결권을 특정 후보 한 명에게 몰아서 투표할 수 있는 제도다. 예를 들어 100주를 가진 주주가 이사 3명을 선임하는 경우, 단순투표제에서는 각 이사 선임 안건마다 100표씩만 행사할 수 있지만 집중투표제에서는 300표(100주×3명)를 한 명의 후보에게 집중할 수 있다. 1998년에 도입됐지만 그동안 대규모 상장회사가 정관을 통해 집중투표제를 배제하는 경우가 많아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 있었다. 개정 상법은 대규모 상장회사가 정관으로 집중투표제를 배제할 수 없도록 해 소수주주가 지지하는 후보가 이사로 선출될 가능성을 높였다.
정성호 법무부장관은 "개정 상법이 기업지배구조의 투명성과 책임성을 높이는 중요한 전환점이 되기를 기대한다"며 "법무부는 앞으로도 주주의 권익을 두텁게 보호하고 기업이 지속적인 성장을 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법무부는 개정 상법 시행 과정에서 각계각층의 의견을 경청해 현장에서 차질 없이 시행되도록 할 방침이다.
개정 상법은 7월 23일부터 독립이사제 도입과 감사위원 선임 시 합산 3%룰 강화가 우선 시행되며, 9월 10일부터는 대규모 상장회사의 감사위원 분리 선출 확대와 집중투표제 의무화가 추가로 시행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