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으로는 공공임대주택에 살던 가족이 사망했을 때, 부득이한 사정으로 주민등록 전입을 하지 못했더라도 실제 함께 거주한 사실만 입증하면 임대주택에 계속 살 수 있는 길이 열린다.
국민권익위원회는 17개 시·도 지방도시공사를 대상으로 '공공임대주택 실거주 증명기준 개선·마련' 제도개선을 권고했다고 22일 밝혔다. 이번 조치는 주거 취약계층이 억울하게 삶의 터전에서 내몰리는 고충을 해소하기 위해 마련됐다.
현행 규정상 공공임대주택 임차인이 사망하면, 그동안 함께 살던 무주택 상속권자(배우자·자녀 등)는 해당 임대주택의 임차권을 승계해 계속 거주할 수 있다. 보통 실거주 사실은 주민등록 전입 여부로 확인하는데, 채무로 인한 보증금 압류 우려 등 불가피한 사정으로 전입신고를 하지 못한 채 거주하는 사례가 많았다.
한국토지주택공사(LH)는 이런 사정을 고려해 주민등록 미전입 상속권자라도 실거주를 증명하면 승계를 허용하는 자체 규정을 운영 중이다. 하지만 서울주택도시공사(SH), 경기주택도시공사(GH) 등 일부 지방도시공사는 관련 규정이 미비해 실거주를 입증할 기회조차 얻지 못하고 승계가 불허되는 문제가 지속됐다.
실제로 국민권익위에 접수된 안타까운 사례가 있다. 10살 때 부모의 이혼으로 어머니와 헤어졌던 ㄱ씨는 40년 만에 뇌경색을 앓는 어머니를 만나 임대주택에서 15년간 지극정성으로 간병하며 함께 살았다. 그러나 어머니 사망 후 관할 지방도시공사는 "전입신고가 안 돼 있다"는 이유로 명의변경을 거부하고 퇴거를 통보했다. 국민권익위는 조사 과정에서 ㄱ씨의 헌신적인 간병 사실과 대중교통 이용 내역 등을 통해 실거주 사실을 입증했고, 결국 ㄱ씨가 임대주택에 계속 거주할 수 있도록 승계를 허용할 것을 관할 지방도시공사에 의견표명했다.
국민권익위는 이 같은 고충민원이 반복되는 것을 막고자 근본적인 제도개선에 나섰다. 특히 저신용자 등 경제활동이 어려운 상속권자는 신용카드 발급 자체가 어려워 '신용카드 이용내역'을 요구하는 현행 기준만으로는 실거주 사실을 증명하기 쉽지 않아 주거 사각지대가 존재했다.
이에 국민권익위는 실거주 증명 관련 자체 규정이 없는 SH·GH 등을 대상으로 주민등록 미전입 상속권자의 실거주 증명을 허용하는 자체 규정을 마련하도록 했다. 나아가 17개 시·도 지방도시공사 전체를 대상으로 신용카드 발급 등이 어려운 취약계층도 쉽게 실거주 사실을 입증할 수 있도록 '휴대전화 발신내역' 등도 증명자료 범위에 폭넓게 포함하도록 제도개선을 권고했다.
국민권익위 한삼석 부위원장 겸 사무처장은 "이번 제도개선 권고는 불가피한 사정으로 주민등록을 이전하지 못한 취약계층이 억울하게 임대주택에서 쫓겨나는 상황을 방지해 주거복지 사각지대를 해소하는 데 큰 의미가 있다"며 "앞으로도 국민의 주거 안정에 실질적인 도움이 될 수 있도록 현장의 목소리에 귀 기울여 불합리한 제도를 개선해 나가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