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이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 보유국 중 아시아 1위, 전 세계 5위라는 사실을 아는 사람은 많지 않다. 이번에 그 20종을 한자리에서 만날 수 있는 특별한 전시가 열린다.
행정안전부 국가기록원은 우리나라에서 처음으로 열리는 '제48차 유네스코 세계유산위원회'를 기념해 기획전 '한국의 기록, 세계의 기억'을 부산 벡스코 제1전시장 '대한민국관'에서 개최한다. 전시는 7월 20일부터 29일까지 10일간 진행되며, 매일 오전 10시부터 오후 6시까지 누구나 무료로 관람할 수 있다.
대한민국이 보유한 세계기록유산은 총 20건. 이번 전시는 방대함과 독창성, 그리고 인류가 함께 기억해야 할 문화적 가치를 인정받은 주요 기록물들을 한눈에 보여준다. 전시 공간은 크게 4개 주제로 나뉘며, 100여 점의 기록물이 입체적으로 전시된다.
첫 번째 공간 '본(本)'은 역사의 토대를 다룬다. 조선왕조실록과 의궤, 승정원일기 등을 통해 600년 가까이 이어진 국정 운영의 기록과 연속성을 보여준다. 관람객은 태조실록과 철종실록의 생생한 기록 내용, 유일하게 수정·보완 흔적이 남아 있는 광해군일기 중초본, 실록을 안전하게 보관했던 실록함을 직접 볼 수 있다. 특히 영조가 정순왕후를 맞이한 혼례식을 기록한 '영조정순왕후가례도감의궤'와 '효종 어보'를 통해 왕실의 정통성과 기록 보존 과정을 엿볼 수 있다.
두 번째 공간 '맥(脈)'은 지혜의 빛을 주제로 한다. 훈민정음 해례본과 직지심체요절, 고려대장경판 등을 통해 지식을 백성과 나누고자 했던 선조들의 애민 정신과 지혜를 조명한다. 훈민정음은 창제자와 시기, 원리가 모두 기록되어 국보이자 세계기록유산으로 높은 평가를 받는다. 직지심체요절은 현존하는 금속활자 인쇄본 중 가장 오래된 책으로, 구텐베르크 성경보다 약 70년 앞선다. 고려대장경판과 유교책판 목판에 새겨진 주요 글귀를 눈앞에서 확인할 수 있는 특별한 경험도 제공된다.
세 번째 공간 '민(民)'은 인권과 민주주의의 역사를 보여준다. 동학농민운동 기록물, 제주4·3 기록물, 4·19혁명 기록물, 5·18민주화운동 기록물이 전시된다. 동학농민혁명의 과정이 상세히 기록된 전봉준 재판 기록, 제주4·3 당시 군법회의에 회부된 희생자 2,530명의 명단이 담긴 수형인 명부가 공개된다. 4·19혁명 당시 학생과 시민들의 시위 사진과 영상, 이승만 대통령 하야 성명 음성, 5·18 당시 시민이 전화로 분수대 정지를 요청한 생생한 기록이 당시의 긴박감을 전한다.
마지막 공간 '공(共)'은 삶의 회복을 주제로 한다. 국채보상운동, 새마을운동, 산림녹화, KBS 이산가족 찾기 기록물이 전시된다. 나라의 빚을 갚기 위해 국민이 자발적으로 모금한 국채보상운동, 박정희 대통령이 직접 친필로 작성한 '잘살기 운동' 새마을운동 문서, 온 국민을 눈물짓게 한 이산가족 상봉 사연판과 영상, 황폐해진 국토를 되살린 산림녹화 성공 기록이 감동을 더한다. 특히 1980년대 부산의 실제 풍경을 배경으로 새마을운동 활약상을 담아낸 영화 '새벽길'도 상영된다.
이용철 국가기록원장은 “기록은 한 나라의 역사를 넘어 인류가 함께 기억해야 할 가치 있는 유산”이라며 “이번 전시를 통해 한국이 지켜온 지혜, 문화, 민주주의, 공동체의 기록이 오늘날 세계가 함께 나누고 공감하는 소중한 기억으로 이어지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전시장에는 에필로그 공간도 마련되어 있다. 관람객이 생각하는 '미래의 기록유산'을 메시지로 남길 수 있으며, 근대 한국어 사전, 내방가사 등 앞으로 등재를 준비 중인 기록물을 소개하는 코너도 운영된다. 국가기록원은 이번 전시가 유네스코 세계유산위원회 참가자뿐 아니라 일반 국민에게도 한국 기록문화의 우수성을 알리는 계기가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