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여름 기온이 평년보다 높을 것이라는 기상청 전망이 나오면서 배 과수원의 고온 피해를 막기 위한 집중 관리가 필요해졌다. 농촌진흥청은 2026년 7월 13일, 배 재배 농가를 대상으로 여름철 고온기 관리 기술을 소개하고 안정적인 열매 생산을 위해 적극적으로 대응해 달라고 당부했다.
기상청의 '3개월 전망(2026년 6~8월)'에 따르면 올해 여름은 평년보다 덥고 비도 많이 올 가능성이 크다. 우리나라에서 가장 많이 재배하는 '신고' 품종은 열매가 커지는 시기(비대기)에 폭염이 지속되면 햇볕 데임(일소)과 열매 터짐(열과) 피해가 발생하기 쉽다. 실제로 2024년 9월 폭염이 이어졌을 때 배 주산지인 나주, 천안, 아산 등지에서는 고온 피해율이 10~30%에 달했다. 더위에 오래 노출된 배는 과육이 물러지거나 갈색으로 변하는 증상이 늘었고, 9월 중순 집중호우 이후에는 열매가 갈라지는 피해도 증가했다.
농촌진흥청은 이러한 피해를 줄이기 위해 현장에서 바로 적용할 수 있는 여러 가지 관리 방법을 제시했다. 첫째는 미세살수 장치 가동이다. 대기 온도가 31도(℃) 이상일 때 나무 위쪽에서 물을 안개처럼 뿌려주면 주변 온도를 3~5도(℃) 낮출 수 있어 햇볕 데임 피해를 줄이는 데 효과적이다. 물이 충분할 때는 오전 9시부터 해질 때까지 계속 가동하고, 물이 부족하면 1~2시간 가동 후 10~20분 멈추는 방식으로 운영하는 것이 좋다. 다만 탄저병 등 병든 열매가 있으면 병이 확산할 수 있으므로 반드시 병든 열매를 먼저 제거한 뒤 가동해야 한다.
둘째는 차광망 설치다. 햇볕이 강하게 내리쬐는 과수원 위쪽에 차광률 30~40% 수준의 햇빛 가림망을 설치하면 직사광선을 차단해 과실 표면 온도를 낮출 수 있다. 연구 결과에 따르면 8~9월에 차광망을 설치하면 일사량이 약 10% 줄고 열매 표면 온도가 평균 1.3도(℃) 낮아져 햇볕 데임 피해를 줄일 수 있다. 다만 차광률이 너무 높으면 열매가 제대로 크지 않거나 익는 시기가 늦어지고 당도가 떨어질 수 있으므로 적절한 차광망을 선택해야 한다.
셋째는 탄산칼슘 살포다. 햇볕 데임이 우려되는 나무에는 탄산칼슘을 물에 200배로 희석한 액을 7월 중하순부터 10~15일 간격으로 2~3회 뿌려준다. 탄산칼슘의 미세한 입자가 강한 햇빛을 반사해 열매 표면 온도 상승을 억제하고, 칼슘 성분은 세포벽을 강화해 집중호우 이후 열매가 터지는 피해를 줄이는 데 도움이 된다.
넷째는 토양 수분 관리다. 장마철 집중호우 후 갑자기 기온이 오르면 열매가 급격히 커지면서 껍질이 갈라질 수 있다. 물 빠짐 관리를 철저히 하고, 가뭄이 들 때는 주기적으로 적절한 양의 물을 공급해 토양 수분이 갑자기 변하지 않도록 해야 한다. 과원에 풀을 키워 키우는 초생 재배도 지면 온도를 낮추고 수분 증발을 억제하는 데 효과적이다. 또한 하계 전정을 통해 과실 주위에 잎을 일부 남겨 직사광선이 직접 닿지 않도록 관리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다섯째는 조기·분산 수확이다. 배 고온 장해를 예방하려면 생육기 누적 온도(적산 온도)와 꽃 핀 뒤 지난 날 수(만개 후 일수)를 활용해 분산 수확하는 것이 좋다. 즉, 열매의 20% 정도를 먼저 수확(만개 후 160일 전후, 적산온도 3,450℃ 도달일)하고, 나머지는 본 수확 시기(만개 후 170일 전후, 적산온도 3,750℃ 도달일)에 맞춰 수확한다. 2024년 나주 지역의 사례를 보면 만개일이 4월 8일이었을 때 1차 수확일은 9월 4일~15일, 본 수확일은 9월 14일~25일로 추정된다. 이렇게 일부를 먼저 수확하면 폭염이 집중되는 시기에 과실이 나무에 오래 노출되는 것을 막아 피해를 분산할 수 있다.
생육기 누적 온도 정보는 '과수생육·품질관리시스템(fruit.nihhs.go.kr)'에서 확인할 수 있다. 이 시스템에 접속해 해당 지역의 만개 후 일수를 입력하면 적산온도 누적 데이터를 자동으로 조회할 수 있어 정밀한 수확 적기 예측이 가능하다. 또한 '배사랑동호회' 등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서도 관련 정보를 제공하고 있다.
고온기에 발생하기 쉬운 생리장해의 특징을 살펴보면, 햇볕 데임(일소)은 과실 표면이 검게 타거나 갈색으로 변하는 증상으로 강한 직사광선과 33℃ 이상의 고온이 지속될 때 발생한다. 이때는 차광망 설치와 미세살수 장치 가동이 효과적이다. 열매 터짐(열과)은 과실 껍질이 갈라지고 과육이 노출되는 증상으로 장마 후 급격한 관수나 고온에 따른 과피 탄력 저하가 원인이다. 토양 수분을 일정하게 유지하고 칼슘제를 엽면 시비하면 예방에 도움이 된다. 과육 연화·갈변은 과육이 물러지고 내부가 갈색으로 변하는 증상으로 성숙기 고온으로 인한 과도한 호흡과 세포벽 붕괴가 원인이다. 적기에 분산 수확하고 수관 환경을 개선하는 것이 중요하다.
2024년 고온 피해가 발생했던 주요 지역의 기상 데이터를 보면 나주는 8월 평균기온이 28.8℃(평년 26.7℃), 최고기온 35.2℃(평년 32.4℃)였고, 폭염일수는 30일(평년 14일)에 달했다. 9월에도 평균기온 26.1℃(평년 21.9℃), 폭염일수 14일(평년 1일)로 기록적인 더위가 이어졌다. 천안 역시 8월 폭염일수가 29일(평년 13일), 9월 15일(평년 0일)로 심각했고, 진주도 9월 폭염일수가 9일(평년 0일)이었다. 특히 나주 지역의 경우 9월 한 달간 33℃ 이상 폭염이 14일 발생했는데, 상순에 6일, 중순에 8일이 집중됐다.
농촌진흥청 국립원예특작과학원 배연구센터 전지혜 센터장은 "여름철 고온기에는 미세살수와 차광망 같은 환경 제어 기술을 적극적으로 활용해야 한다"며 "기상 상황에 맞춘 예측 정보를 신속히 제공해 농가가 고품질 배를 안정적으로 생산할 수 있도록 돕겠다"고 말했다.
올여름 폭염이 예상되는 만큼 배 재배 농가에서는 미세살수 장치를 점검하고 차광망을 미리 준비하는 등 사전 대비가 필요하다. 또한 생육 정보 시스템을 활용해 수확 시기를 정확히 예측하고 분산 수확 전략을 세우는 것이 고온 피해를 최소화하는 지름길이다. 농촌진흥청은 앞으로도 현장 중심의 기술 지원과 정보 제공을 통해 농업인의 피해를 줄이는 데 힘쓸 계획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