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여름 폭염이 예고되면서 배 농가의 걱정이 커지고 있다. 기상청은 올해 6월부터 8월까지 기온이 평년보다 높고 강수량도 많을 가능성이 크다고 전망했다. 특히 '신고' 품종처럼 열매가 커지는 시기에 폭염이 겹치면 햇볕에 데는 '일소(日燒)' 피해와 열매가 갈라져 터지는 '열과(裂果)' 현상이 잦아진다. 실제로 2024년 9월, 나주와 천안, 아산 등 배 주산지에서는 고온 피해율이 10~30%까지 치솟았고, 과육이 물러지거나 갈색으로 변하는 증상이 두드러졌다.
농촌진흥청은 이러한 피해를 막기 위해 네 가지 핵심 관리 기술을 제시했다. 첫째는 '미세살수(스프링클러)' 기술이다. 대기 온도가 31도(℃) 이상일 때 나무 윗부분에서 물을 안개처럼 뿌리면 기화 과정에서 주변 열을 빼앗아 온도를 3~5도 낮춰준다. 물이 넉넉하다면 아침 9시부터 해질 때까지 계속 가동하고, 물이 부족할 때는 1~2시간 뿌린 뒤 10~20분 쉬는 방식으로 운영하는 게 좋다. 다만 탄저병에 걸린 열매가 있으면 물을 통해 병이 퍼질 수 있으므로 반드시 병든 열매를 먼저 제거해야 한다.
둘째는 햇빛 가림막, 즉 차광망 설치다. 차광률 30~40% 정도의 청색이나 백색 차광망을 과수원 위에 펼치면 직사광선이 직접 닿는 것을 막아준다. 연구 결과에 따르면 8~9월에 차광망을 설치하면 일사량이 약 10% 줄고 열매 표면 온도가 평균 1.3도 낮아져 일소 피해가 줄어든다. 하지만 너무 짙은 차광망을 쓰면 열매가 제대로 크지 않거나 당도가 떨어지고 수확 시기가 늦어질 수 있으니 적절한 제품을 골라야 한다.
셋째는 탄산칼슘 살포다. 탄산칼슘을 물에 200배 희석한 액을 7월 중하순부터 10~15일 간격으로 2~3회 나무에 뿌린다. 미세한 탄산칼슘 입자가 강한 햇빛을 반사해 열매 표면 온도가 오르는 것을 막고, 칼슘 성분이 세포벽을 튼튼하게 해 집중호우 뒤 열매가 터지는 피해도 줄여준다.
여기에 물 빠짐 관리도 빼놓을 수 없다. 장마 뒤 갑자기 기온이 오르면 열매가 급격히 커지면서 껍질이 갈라지기 쉽다. 배수로를 정비해 물이 잘 빠지도록 하고, 가뭄이 들 때는 점적관수 등으로 적당한 양의 물을 주기적으로 공급해 토양 수분이 갑자기 변하지 않게 해야 한다.
마지막으로 조기·분산 수확 전략이 필요하다. 수확기 폭염이 예상되면 전체 물량의 20% 정도를 먼저 거둬들이는 것이다. 이때 기준은 '꽃 핀 후 지난 날 수(만개 후 일수)'와 '생육기 누적 온도(적산 온도)'다. '신고' 품종의 경우 꽃이 핀 후 160일 전후(적산온도 3,450℃ 도달 시점)에 1차 수확(전체의 10~20%)을 하고, 나머지는 꽃 핀 후 170일 전후(적산온도 3,750℃ 도달 시점)인 본 수확기에 수확한다. 이 정보는 농촌진흥청의 '과수생육·품질관리시스템'(fruit.nihhs.go.kr)에서 지역별 적산온도를 조회해 확인할 수 있다. 또한 '배사랑동호회' 등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서도 관련 정보를 제공하고 있다.
2024년 실제 피해 사례를 살펴보면, 나주 지역은 8월 평균기온이 28.8℃(평년 26.7℃), 9월에도 26.1℃(평년 21.9℃)로 크게 웃돌았다. 폭염(33℃ 이상) 일수는 9월에만 14일(상순 6일, 중순 8일)에 달했다. 천안과 진주도 비슷한 양상을 보였다. 이처럼 고온이 장기간 이어지면 배 과실 표면이 검게 타는 일소, 과육이 갈변하고 물러지는 연화, 그리고 껍질이 갈라지는 열과 등 여러 생리장해가 동시에 나타날 수 있다.
농촌진흥청 국립원예특작과학원 배연구센터 전지혜 센터장은 “여름철 고온기에는 미세살수와 차광망 같은 환경 제어 기술을 적극적으로 활용해야 한다”며 “기상 상황에 맞춘 예측 정보를 신속히 제공해 농가가 고품질 배를 안정적으로 생산할 수 있도록 돕겠다”고 밝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