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용노동부 김영훈 장관이 7월 16일 오후 서울 서대문구 세브란스병원을 방문해 주4일제 시범 운영 병동을 둘러보고 병원 노사 및 전문가와 간담회를 가졌다. 이번 현장 방문은 국내 대표 상급종합병원에서 노사 합의로 추진 중인 주4일제 사례를 직접 확인하고, 의료 현장의 실노동시간 단축과 근무 환경 개선 방안을 논의하기 위해 마련됐다.
세브란스병원 노사는 2022년 단체협약을 통해 주4일제 시범 운영에 합의한 뒤 2023년부터 3개 병동에서 시작해 현재는 용인세브란스병원을 포함한 총 6개 병동으로 확대했다. 시범 사업은 병동 특성과 노동자의 육아·건강·학업·일생활 균형 등의 사유를 고려해 희망자를 모집하고, 주 32시간(주 4일) 근무를 6개월 단위 순환 방식으로 운영한다. 병동별로 대체인력을 추가 배치해 의료서비스 연속성을 유지하면서 근무 공백을 최소화하고 있다.
시범 사업 평가 결과에 따르면 주4일제 참여 병동에서 3년 미만 간호사의 사직률이 19.5%에서 7.0%로 12.5%포인트 감소했다. 이는 비교 병동의 감소폭(4.0%포인트)보다 3배 이상 높은 수치다. 육체적 소진도는 100점 만점 기준 79.7점에서 40.1점으로 절반 가까이 개선됐으며, 비교 병동(73.2→65.7점)과 뚜렷한 대조를 보였다. 아파도 출근하는 프리젠티즘 현상도 86.4%에서 55.2%로 31.2%포인트 줄었다.
병가 사용일 수도 시범 병동은 3.05일에서 2.2일로 감소한 반면, 비교 병동은 2.8일에서 3.5일로 오히려 증가했다. 일·삶 균형 만족도는 3.7점에서 6.2점으로 상승했고, '여가시간이 충분하다'는 응답 비율이 4.5%에서 44.1%로 약 10배 늘었다. 직장생활 만족도도 50.2점에서 60.3점으로 10.1점 올랐다. 이는 충분한 휴식 보장이 간호인력의 장기 근속과 근무 환경 개선에 기여하고, 업무 몰입도와 조직 신뢰도를 높이는 등 조직문화 개선에도 긍정적 영향을 미친 것으로 평가된다.
이날 간담회에서는 세브란스병원이 주4일제 시범 운영 추진 과정과 운영 경험을 발표하고, 병원 노사가 의료기관 특성을 고려한 실노동시간 단축 방안과 제도 운영 성과 및 개선 과제에 대해 의견을 나눴다. 야간노동자 건강 보호 방안, 간호사의 직장 내 괴롭힘(이른바 '태움') 예방을 위한 조직문화 개선, 대체인력 운영과 재정 지원 등 정부의 제도적 지원 방안도 폭넓게 논의됐다.
김영훈 고용노동부 장관은 "의료서비스는 국민의 생명과 직결되는 분야인 만큼 환자 안전과 의료의 질을 최우선으로 하면서도 노동자들이 건강하게 일할 수 있는 근무 환경을 함께 만들어 가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어 "세브란스병원의 사례는 노사 협력을 바탕으로 실노동시간을 줄이면서도 의료서비스의 질을 함께 높일 수 있다는 가능성을 보여준 의미 있는 사례"라며 "보건복지부와 협력을 통해 '워라밸+4.5 프로젝트' 등 의료 현장을 직접 지원할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워라밸+4.5 프로젝트'는 노사 합의에 기반한 실노동시간 단축을 지원하는 정부 사업으로, 6월 말 기준 총 224개 기업이 참여해 목표치(220개소)를 조기 달성했다. 제조업과 서비스업 등 다양한 업종에서 각 사업장 여건에 맞는 자율적 노동시간 단축 모델을 만들어 가고 있다. 정부는 일터혁신 상생컨설팅과 노동교육원 교육 등을 통해 직장 내 괴롭힘 예방 및 건강한 조직 문화 조성에도 힘쓸 계획이다.
한편 세브란스병원 측은 주4일제 시범 사업의 지속과 확대에 공감하면서도, 대체인력 투입에 따른 추가 인건비를 병원 자체 재원만으로 감당하는 데 구조적 한계가 있다고 지적했다. 이에 정부 차원의 대체인력 재정 지원 및 가산 수가 신설 등 실질적인 지원 방안을 건의했다. 김 장관은 "사업장 여건에 맞는 자율적 노동시간 단축 모델을 만들어 갈 수 있도록 뒷받침하겠다"고 화답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