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거래위원회가 석유화학 업계의 대규모 사업재편의 일환으로 추진 중인 기업결합 건에 대해 본격적인 심의 절차에 돌입했다.
공정위 사무처는 롯데케미칼, 롯데대산석화, HD현대오일뱅크, HD현대케미칼이 추진 중인 대산 1호 기업결합 건이 국내 LDPE(저밀도폴리에틸렌)와 EVA(에틸렌 비닐 아세테이트) 시장에서 경쟁을 실질적으로 제한할 우려가 있다고 판단했다. 이에 따라 시정방안 제출 절차를 거친 후 심사보고서를 위원회에 제출하고, 7월 15일 피심인들에게 해당 보고서를 송부했다.
LDPE는 농업용 필름, 식품 용기, 전선 피복, 종이컵 코팅 등 일상 생활에서 널리 쓰이는 합성 수지다. EVA는 신발 밑창, 글루건, 태양전지 필름, 요가 매트 등 다양한 제품에 사용되는 합성 수지로, 두 제품 모두 석유화학 산업의 핵심 소재다.
이번 기업결합은 HD현대케미칼이 롯데대산석화를 흡수합병하고, 롯데케미칼이 합병 후 존속 법인의 주식을 취득하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최종적으로 롯데케미칼과 HD현대오일뱅크가 HD현대케미칼의 지분을 각각 50%씩 보유하게 된다. 이를 통해 양사는 대산 산단에 위치한 나프타분해설비(NCC)와 기타 석유화학제품 생산시설을 통합 운영하게 된다. NCC는 원유 정제 과정에서 추출한 나프타 등을 원료로 에틸렌, 프로필렌 등 기초 유분을 생산하는 핵심 설비다.
심사관은 지난해 11월 26일 임의적 사전심사 신청을 접수한 이후 약 8개월 동안 20개 제품의 생산·판매·수출입 등 관련 시장 현황을 분석하고 이해 관계자 의견을 폭넓게 수렴했다. 그 결과 이번 결합이 국내 LDPE 및 EVA 시장에서 수평 결합에 따른 경쟁제한 우려가 크다고 판단했다. 경쟁제한 효과로는 경쟁사 감소로 인해 사업자 간 가격·수량·거래조건 협조가 쉬워지는 '협조효과'와, 결합 후 단독으로 가격 인상 등이 가능해지는 '단독효과'가 지적됐다.
피심인들은 이에 대해 경쟁제한 우려를 해소하기 위한 시정방안 초안을 마련했다. 이후 이해 관계자와 전문가 의견, 심사관의 수정·보완 요구를 반영해 수정안을 제출했다. 심사관은 이번 기업결합이 독점규제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 제9조를 위반했다고 판단하고, 피심인들이 제출한 시정방안 내용을 고려해 시정 명령 의견을 제시했다. 시정명령 의견은 경쟁제한성(협조효과, 단독효과)을 차단하기 위한 다양한 작위·부작위 의무로 구성됐다.
공정위는 신속히 심의를 개최해 이번 기업결합 건에 대한 심사를 마무리할 계획이다. 아울러 이후 이어질 석유화학 사업재편에 대해서도 시장경쟁에 미치는 영향을 면밀히 검토해 국내 석유화학 시장에서의 경쟁을 보호해 나갈 방침이다. 심사보고서는 심사관이 조사 과정에서 파악한 위법성 및 조치 의견을 기재한 것으로, 위원회의 최종 판단을 구속하지 않는다는 점에 유의해야 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