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스토킹과 교제폭력 같은 관계성 범죄에 대한 대응을 대폭 강화한다. 법무부와 성평등가족부, 대검찰청, 경찰청 등 관계부처 합동 태스크포스(TF)는 피해자 보호명령제 도입, 교제폭력 관련 법률 마련, 전자감독 체계 개선 등을 골자로 한 종합 대책을 추진한다고 밝혔다.
이번 대책은 지난 3월 발생한 남양주 스토킹 살인사건을 계기로 마련됐다. 해당 사건에서는 가해자가 전자장치를 부착한 상태였음에도 피해자 격리 조치가 미흡했고, 사건 접수와 병합 절차에서도 지연이 발생한 것으로 드러났다. 대통령은 재발 방지를 위한 신속한 대책 마련을 지시했다.
법·제도 분야에서는 스토킹 피해자가 법원에 직접 접근금지 보호명령을 청구할 수 있는 '피해자보호명령제'가 도입된다. 이 제도는 오는 2027년 4월부터 시행되며, 경찰이나 검사가 청구하지 않은 경우 피해자 스스로 90일 이내에 법원에 보호명령을 신청할 수 있다. 또 교제폭력 처벌과 피해자 보호를 위한 별도 법률이 올해 하반기 중 마련된다. 현행법상 교제폭력은 가정폭력이나 일반 폭력으로 규율되다 보니 접근금지 등 실효적 보호 조치가 미흡했다는 지적을 반영한 것이다.
스토킹 잠정조치의 기간도 현재 최장 9개월에서 연장하는 방안이 추진된다. 잠정조치 위반에 대한 제재도 강화해 실질적인 격리 효과를 높인다. 또한 특정강력범죄 피해자에 대한 국선변호사 지원 특례가 지난 6월 24일부터 시행됐으며, 전자장치 부착 가해자의 위치정보를 피해자에게 실시간 알려주는 제도도 같은 날 시행됐다.
현장 대응 체계도 대폭 개선된다. 경찰청은 고위험·중위험·저위험 3단계 위험도 분류체계를 도입해 고위험 가해자에 대해서는 구속영장과 전자장치 부착, 유치를 동시에 신청하는 등 격리 조치를 대폭 강화한다. 올해 1∼5월 구속 신청은 전년 동기 대비 88.5%, 유치는 183.8%, 전자장치는 859.7% 증가했다.
법무부와 경찰청은 전자감독 대상자에 대한 별건 접근금지 조치가 결정되면 법무부와 경찰 간 정보 연계를 통해 피해자를 공동 보호하는 체계를 구축했다. 지난 7월 6일부터 전국 시행 중이다. 또 법무부 위치추적시스템과 경찰청 112시스템을 연계해 경보가 발생하면 가해자와 피해자의 위치를 112상황실에서 실시간으로 확인하고 신속히 출동할 수 있는 시스템을 올해 12월까지 구축한다. 전자장치와 스마트워치 연동도 추진 중이다.
검찰은 스토킹 잠정조치 청구 시 참고할 '체크리스트'를 전국 검찰청에 배포했다. 이 체크리스트는 실제 교제폭력·살인 사건 80건을 분석해 강력범죄 전조 신호를 추출한 것이다. 교제·동거·혼인 여부, 지속적 갈등, 폭력성향, 집착, 생명 위협(목조름·흉기 사용), 범죄전력 등이 주요 평가 항목이다.
피해자 지원도 강화된다. 전국 261개 경찰서와 189개 가정폭력상담소가 공동대응체계를 구축했다. 고위험 피해자(A등급)는 경찰이 집중 모니터링하고, 중위험 피해자(B등급)는 상담소가 심리상담과 위험성 발견을 담당한다. 보복범죄 우려가 큰 고위험 피해자에게는 민간경호원 2명이 밀착 경호를 제공하고, 주거지에 침입·배회 감지 지능형 CCTV를 설치한다.
사회적 인식 개선을 위해 성평등가족부는 교제폭력·스토킹 고위험 징후 10가지와 보호조치를 안내하는 '레드플래그' 가이드를 마련해 대국민 홍보를 추진한다. 10가지 징후는 ▲폭력성향 ▲집착·강압 통제 ▲갈등 심화 ▲생명 위협 ▲범죄전력 ▲보호조치 위반 ▲피해자 비난 ▲음주·약물 ▲높은 불안 ▲고립 상황이다. 또 관계기관 합동 세미나를 개최하고, 수사·재판기관 대상 젠더폭력 교육을 강화한다.
정부는 이번 대책을 통해 초기부터 가해자를 격리하고 피해자 보호를 실질화해 스토킹·교제폭력이 강력범죄로 비화하는 것을 막겠다는 방침이다. 관계부처 TF는 분기별로 이행 상황을 점검하고 필요시 추가 대책을 마련할 계획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