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거래위원회(위원장 주병기) 사무처는 글로벌 비메모리 반도체 사업자인 NXP와 ADI의 공정거래법 위반 혐의에 대해 심사보고서를 위원회에 제출하고 본격적인 심의 절차에 돌입했습니다.
비메모리 반도체는 데이터를 연산하거나 제어, 변환, 가공하는 시스템 반도체와 광·개별소자 등을 통칭하는 개념으로, 정보 저장 기능을 하는 메모리 반도체와 구분됩니다. 이번 조사 대상인 NXP는 네덜란드에 본사를 둔 글로벌 자동차용 비메모리 반도체 시장 1~2위 기업이며, ADI는 미국 기반의 아날로그 집적회로 분야 글로벌 2위 업체입니다.
심사관에 따르면, 두 회사는 유통사와의 거래에서 'Ship & Debit(S&D)' 방식을 운영해 왔습니다. 이 방식은 유통사가 제품을 구매한 후 특정 고객에 대한 할인을 요청해 승인을 받으면, 사후 확인을 통해 차액(표준 공급가격-실제 공급가격)을 환급해주는 구조입니다. 그러나 심사관은 이 과정에서 두 회사가 불공정 행위를 저질렀다고 판단했습니다.
NXP는 최소 2012년부터 현재까지 S&D 방식 아래에서 두 가지 위반 행위를 한 것으로 조사됐습니다. 첫째, 특정 유통사가 거래처를 확보하면 다른 유통사는 그 거래처와 거래하지 못하도록 사실상 '독점 유통권'을 부여했습니다. 둘째, 유통사들이 얻을 수 있는 마진율을 사전에 설정해 경영에 간섭했습니다.
ADI는 최소 2020년부터 현재까지 유통사들의 마진율을 사전에 고정하고, 동시에 유통사들의 재판매가격을 지정하고 강제한 혐의를 받고 있습니다. 이는 유통사들이 자유롭게 가격을 결정하지 못하도록 한 행위로 평가됩니다.
심사관은 NXP의 행위에 대해 공정거래법 제45조 제1항 제7호(거래상대방 제한행위)와 동조 제1항 제6호(경영간섭행위)를, ADI의 행위에 대해 동조 제1항 제6호(경영간섭행위)와 제46조(재판매가격유지행위)를 적용했습니다. 이는 매우 중대한 위법행위로 간주되며, 각각 시정명령과 과징금 부과 의견이 제시됐습니다.
과징금 규모와 관련해, 심사관은 NXP의 행위별 관련 매출액을 거래상대방 제한행위 약 8.8억 달러(약 1.3조 원), 경영간섭행위 약 6.6억 달러(약 1조 원)로 추산했습니다. ADI의 경우 경영간섭행위와 재판매가격유지행위 모두 약 8억 달러(약 1.2조 원)에 이르는 것으로 판단했습니다. 향후 위원회는 심의를 거쳐 관련 법령에 따라 각 위반행위로 영향을 받은 관련 매출액의 최대 4%까지 과징금을 부과할 수 있습니다. 다만, 위반행위들의 효과가 동일한 거래 분야에 미치면서 금액이 과다하다고 인정되면 조정 가능합니다.
피심인들은 심사보고서에 대한 서면 의견 제출과 증거자료 열람·복사 신청 등 방어권을 충분히 보장받을 수 있습니다. 공정위는 피심인들의 의견을 충분히 검토한 후 위원회 심의를 거쳐 최종 판단을 내릴 계획입니다.
공정위는 이번 조치를 통해 국가 경제의 핵심 기반이자 미래 성장동력인 반도체 분야에서 공정한 거래질서를 확립하겠다는 방침입니다. 특히 유통사의 거래처 및 가격 등 거래조건에 대한 자율적 결정권한을 보장하고, 유통사 간 가격경쟁이 촉진될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비메모리 반도체는 크게 마이크로 컴포넌트, 로직 집적회로, 아날로그 집적회로, 광개별소자, 비광학센서 등으로 분류됩니다. NXP는 주로 마이크로 컴포넌트(예: 마이크로컨트롤러)와 아날로그 집적회로를 공급하며, ADI는 아날로그 집적회로(예: 데이터 컨버터)와 마이크로 컴포넌트(예: 디지털 신호처리 및 시스템 제품)를 주력으로 합니다. 이러한 제품들은 에어컨, 로봇청소기, 스마트폰, 자율주행 자동차 등 다양한 분야에 활용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