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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험단상] 숫자가 아니라 사람을 설계합니다.

 보험단상  숫자가 아니라 사람을 설계합니다.

보험단상 숫자가 아니라 사람을 설계합니다.

최근 필자는 다큐멘터리 '인생 문답, AI가 묻고 시니어가 답하다' 제작에 참여했다. 인류가 축적한 방대한 데이터를 학습한 초지능 AI가 거꾸로 인생의 황혼기에 접어든 6070 시니어들에게 삶의 본질을 묻는 자리였다. 화면 너머로 시니어들의 눈빛이 흔들리던 그 순간, 필자는 우리가 지금 어떤 시대의 변곡점을 지나고 있는지를 새삼 깨달았다.

■ AI가 복제할 수 없는 유일한 데이터, '살아낸 시간'

인간이 AI에게 답을 구하는 것이 당연해진 시대에, 왜 AI는 거꾸로 인간의 연륜 앞에 질문을 던졌을까. 이유는 명백하다. 세상의 모든 디지털 정보를 집어삼킨 AI라 할지라도 결코 스스로 학습하거나 복제할 수 없는 영역이 있기 때문이다. 인간이 몸으로 부딪치며 눈물과 땀으로 통과해 온 '살아낸 시간', 그리고 그 시간이 빚어낸 깊은 감정이다.

그것은 인터넷 어디에도 텍스트로 박제되어 있지 않은, 오직 한 사람의 일생을 관통해야만 얻을 수 있는 데이터다.

■ 데이터의 '효율성'이 놓치는 삶의 행간(行間)

다큐멘터리 속 AI의 질문은 지극히 이성적이고, 철저히 효율 중심적이다. AI는 '성공한 인생'을 자산과 명예, 안정된 포지션이라는 수치로 정의하며 이것이 맞느냐고 묻는다. 이별이나 상실의 고통이 인간의 효율을 떨어뜨린다면, 그 감정을 가장 빠르게 '리셋'하는 방법은 무엇이냐고 다그치기도 한다. 나아가 수천 명의 SNS 팔로워를 늘리는 것이야말로 가장 효율적인 인간관계 전략이라 분석한다.

흥미로운 것은 이 질문들이 결코 황당한 궤변이 아니라는 점이다. 오히려 우리 사회가 은연중에 동의해 온 성공과 효율의 공식을 가장 정직하게 보여준 것에 가깝다. 그래서 그 질문들은 더 날카롭게 가슴에 꽂힌다.

우리가 사는 세상이 오직 효율성이라는 하나의 이정표로만 움직인다면 AI의 분석은 완벽한 정답일 것이다. 그러나 삶의 모진 풍파를 견뎌온 시니어들의 대답은 달랐다.

그들은 자산의 크기가 아닌, 삶을 대하는 태도가 곧 성공이라 말했다. 어떤 이는 평생 모은 재산을 잃었던 순간보다, 그 시련 속에서도 자신을 잃지 않았던 태도를 더 자랑스러운 인생의 자산으로 꼽았다. 상실의 고통은 리셋해야 할 오류가 아니라 온전히 끌어안고 받아들이며 성숙해지는 과정이라는 것을 눈물로 증명했다.

그리고 수천 명의 가상 관계보다 단 한 사람과의 깊은 교감이 인생을 지탱하는 힘이라는 연륜의 통찰 앞에서, 초지능 AI는 끝내 침묵했다. 알고리즘이 아무리 정교해도 끝내 따라잡지 못하는 것, 그것이 바로 시간이 사람에게 새겨놓은 무게였다.

■ 보험의 본질, 차가운 '요율'에서 따뜻한 '인간'으로

이 지점에서 우리 보험산업의 오늘과 내일을 돌아보게 된다.

보험업계는 AI와 빅데이터 도입에 사활을 걸고 있다. 데이터로 질병을 예측하고, 알고리즘으로 손해율을 계산하며, 챗봇이 고객의 질문에 순식간에 답을 내놓는다. 언더라이팅의 속도는 빨라지고, 보험금 지급 심사는 자동화되며, 고객 응대는 24시간 끊기지 않는다. 이런 기술이 편리함을 주는 것은 사실이고, 산업의 효율을 위해서도 반드시 가야 할 길이다.

하지만 우리가 잊지 말아야 할 본질이 있다. 보험(保險)이라는 제도의 근간은 차가운 통계나 수치적 요율이 아니라, 인간의 상실과 실패, 그리고 예기치 못한 인생의 경로 이탈을 함께 짊어지겠다는 '인간적인 연대'에 있다. 보험은 애초에 혼자서는 감당할 수 없는 위험을, 얼굴 모르는 수많은 타인들이 서로의 어깨를 빌려주며 나눠지는 약속에서 출발했다. 그 출발점을 잊는다면 보험은 그저 정교한 확률 게임으로 전락하고 만다.

고객이 큰 병을 진단받거나 가족을 잃었을 때, AI는 이를 '보험금 지급'이라는 데이터 이벤트로 처리한다. 시스템은 정확하고 빠르게, 그리고 한 치의 오차 없이 작동할 것이다. 그러나 고객이 진정으로 원하는 것은 그 슬픔의 시간을 함께 견뎌주는 따뜻한 '사람의 손길'이다.

보험금 입금 문자 한 줄보다, 설계사의 안부 전화 한 통이 더 큰 위로가 되는 순간이 있다. 실패와 아픔 속에서 어떤 길로 다시 나아가야 할지 막막할 때, 인생의 나침반이 되어주는 것은 결국 사람의 온기다.

■ 기술을 완성하는 마지막 프롬프트, '인간의 지혜'

다큐멘터리의 결말은 깊은 여운을 남긴다. 시니어들이 들려준 눈물 어린 경험담과 삶에서 우러나온 언어들은 결국 AI에게 가장 고도화된 '따뜻한 프롬프트(Prompt)'로 입력된다. 차가운 기술이 인간의 지혜를 흡수하고 나서야 비로소 진정한 가치를 지닌 존재로 완성되는 장면이다.

기술은 인간을 대체하기 위해 발전하는 것이 아니라, 인간의 지혜를 더 멀리, 더 많은 이에게 전하기 위해 발전해야 한다는 사실을 그 장면은 조용히 증명해 보였다.

AI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에게 필요한 자세도 이와 다르지 않다. 기술이 발전할수록, 역설적으로 인간만의 고유한 연륜과 감정의 가치는 더욱 귀해진다. 효율로는 환산되지 않는 공감, 데이터로는 학습되지 않는 위로, 그것이야말로 앞으로 보험 산업이 경쟁력을 가져야 할 진짜 영역이다.

디지털 전환의 거센 조류 속에서 우리 보험인들이 가슴에 새겨야 할 가장 고도화된 프롬프트는 결국 '고객의 삶을 향한 깊은 공감과 연륜의 지혜'가 아닐까.

차가운 데이터가 가리키는 지표 너머, 오늘도 묵묵히 삶의 무게를 견뎌내고 있는 '인간의 시간'을 향해 따뜻한 시선을 던져야 할 때다. 그 시선이야말로 어떤 AI도 결코 흉내 낼 수 없는 보험인의 가장 고유한 자산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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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보험신문 콘텐츠 협력 AI 문장 편집 원문 확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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