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형 톤틴연금(Tontine Annuity)이 초고령사회 대응을 위한 정책적 기대와 달리 출시 초반부터 시장의 냉담한 반응을 얻고 있다. 업계 최초로 신한라이프가 지난 1월 해당 상품을 내놓았지만, 가입 실적이 당초 예상치를 크게 밑도는 것으로 전해졌다. 금융권 일각에서는 판매 성과를 공개하기 어려울 정도로 미미하다는 평가까지 나온다.

정부는 지난해 보험산업 미래대비 방안에서 톤틴·저해지 연금보험 도입을 연금보험 활성화 과제로 제시하며 일반 연금 대비 연금액 최대 38% 증가 효과를 강조했다. 그러나 세부 분석 결과 순수 톤틴 효과는 2%에 불과하고, 나머지 36%는 사망·중도해지 시 지급금을 낮추는 저해지 구조에서 발생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오래 살수록 더 받는' 톤틴 본연의 장수 보상 매력이 실질적으로는 제한적임을 의미한다.
신한라이프는 소비자 보호를 위해 연금 개시 전 사망이나 중도해지 시 일정 수준의 환급금을 보장하고, 불완전판매 방지를 위한 설명 절차와 자체 판매 자격제도를 도입했다. 그러나 이러한 보완 장치는 오히려 생존자에게 돌아갈 재원을 줄여 톤틴의 핵심 기제를 약화시키는 결과를 초래했다. 결과적으로 한국형 톤틴은 소비자 보호 장치는 강화됐지만, 소비자가 기대하는 뚜렷한 장수 보상 효과는 희석된 상품으로 자리 잡게 됐다.
시장 환경도 우호적이지 않다.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 자료에 따르면 2025년 말 기준 연금저축 전체 적립금은 198조2000억원으로 전년 대비 10.8% 증가했지만, 연금저축보험은 114조1000억원으로 오히려 1.2% 줄어든 반면 연금저축펀드는 61조3000억원으로 50.7% 급증했다. 노후자금의 주요 채널이 보험에서 펀드로 이동하는 흐름이 뚜렷해진 셈이다.
보험사 입장에서도 톤틴형 연금을 적극적으로 밀어낼 유인이 크지 않다. IFRS17 도입 이후 생명보험사들은 계약서비스마진(CSM) 확보에 유리한 보장성보험에 주력하고 있으며, 연금보험은 장기 부채 성격과 낮은 수익성 탓에 전략적 우선순위에서 밀려난 상태다. 여기에 구조가 복잡하고 민원 발생 가능성이 크다는 점도 시장 확대에 걸림돌로 작용한다. 금융당국이 기대한 '초고령사회 맞춤형 연금'이라는 비전이 현실에서 작동하기까지는 상품 구조와 시장 인센티브에 대한 근본적인 재검토가 필요해 보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