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 그룹이 1차, 2차, 3차 협력사까지 아우르는 상생협약을 체결했다. 지난 7월 2일 서울 중구 SK텔레콤 타워에서 열린 체결식에는 주병기 공정거래위원장을 비롯해 SK 계열사와 협력사 관계자 약 150명이 참석했다. 이번 협약은 대기업의 상생 노력이 영세한 2차, 3차 협력사까지 전달되도록 하기 위해 마련됐으며, 삼성 그룹에 이어 두 번째로 체결된 사례다.
이번 상생협약은 크게 두 가지 축으로 구성됐다. 첫째는 대금 지급 조건 개선이고, 둘째는 기술·금융 등 상생협력 지원 확대다. 두 가지 모두 SK와 협력사 간 자율적인 협의로 마련됐으며, 협약 체결로 약 4,300개 협력사가 혜택을 볼 것으로 예상된다.
우선 대금 지급 조건 개선과 관련해 SK는 1차 중소 협력사를 대상으로 업종별 특성을 고려해 마감 후 10일 이내 등 보다 신속하고 안정적으로 대금을 지급하기로 했다. 현금성 결제 원칙을 지키고 상생결제 방식을 유지·확대하기로 한 점도 눈에 띈다. 특히 SK텔레콤은 '대금지급바로' 프로그램을 도입해 해당 프로그램을 이용하는 중소 협력사에게는 마감 후 2일 이내 대금을 100% 현금으로 지급한다. 1·2차 협력사들도 이하 협력사를 대상으로 대금 지급 기한을 합리적으로 개선하고, SK로부터 받은 혜택에 상응해 대금 지급 방식을 개선하며 상생결제 방식을 도입·확대하기로 했다.
SK는 대금 지급 조건 개선에 성실히 동참하는 협력사에게 자체 인센티브를 제공하기로 했다. 협력사 등록이나 갱신 시 가점을 부여하고 동반성장펀드 지원을 우대하는 등의 방식이다. 이를 통해 중소 1·2차 협력사들이 대금 지급 조건 개선에 적극 참여하도록 유도한다는 방침이다.
둘째로 SK는 반도체 산업의 특성을 고려해 협력사들의 경쟁력 강화를 위한 맞춤형 지원을 확대한다. SK하이닉스는 정부, 지자체와 함께 약 8,700억 원을 투자해 소재·부품·장비 협력사들의 양산 검증기간을 단축하고 첨단기술 개발을 지원하는 실증 검증용 시설(Trinity Fab)을 구축, 협력사에 무상 제공할 계획이다. 아울러 SK하이닉스와 협력사가 공동으로 연구개발(R&D) 과제를 추진할 때 실패 위험을 분산하기 위한 지원금을 협력사에 제공해 과감한 R&D 투자를 독려한다.
또한 SK하이닉스는 반도체 생태계 펀드에 자금을 투입해 유망 중소 협력사에 지분투자하는 방안도 추진한다. 이는 중소 협력사를 포함한 국내 반도체 생태계 전반의 경쟁력을 높이기 위한 조치다. SK는 이번 상생협약의 주요 내용을 내년 초 체결할 협력사들과의 공정거래협약에도 반영해 지속적으로 준수해 나가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주병기 공정거래위원장은 이날 체결식에서 “미래 SK의 경쟁력은 우리 공동체가 배출할 과학기술 역량에 있고, SK는 대한민국 공동체의 일원”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대중소기업 간 상생협력은 더 이상 기업의 사회적 책임만을 의미하지 않으며, 혁신을 촉진하고 지속 가능한 성장을 이룰 수 있는 핵심 요소”라고 말했다. 주 위원장은 “이번 상생협약을 통해 혁신의 성과가 SK에서 1차, 2차, 3차 협력사로 막힘 없이 흘러 내려가는 상생협력의 기업 생태계가 새로운 표준으로 자리 잡을 수 있기를 기대한다”고 밝혔다.
공정거래위원회는 공정거래협약 이행평가 등을 통해 이번 상생협약이 성실히 이행되는지 면밀히 살필 계획이다. 우수 기업에는 인센티브를 제공하고, 대기업과 협력사 간 바람직한 상생협력 문화가 확산되도록 대기업-협력사 간 상생협약 체결을 지속 유도할 방침이다.
한편 SK는 이번 상생협약 체결을 계기로 협력사와의 신뢰 관계를 더욱 공고히 하고, 글로벌 경쟁 속에서도 지속 가능한 성장 기반을 마련하겠다는 입장이다. 업계에서는 이번 협약이 반도체 생태계뿐 아니라 국내 제조업 전반에 걸쳐 상생 모범 사례로 자리 잡을지 주목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