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여 년 전 저지른 범죄사실이 뒤늦게 확인됐다는 이유만으로 국가유공자에 대한 보훈 혜택을 전면 배제한 것은 재량권을 넘은 잘못된 처분이라는 행정심판 결과가 나왔다. 국민권익위원회(위원장 정일연) 소속 중앙행정심판위원회(위원장 조소영, 이하 중앙행심위)는 최근 ㄱ씨가 제기한 행정심판에서 관할 보훈청의 두 가지 처분을 모두 취소했다고 24일 밝혔다.
ㄱ씨는 1981년 육군에 지원 입대해 특수정보교육대에서 복무한 뒤, 2002년 국가유공자, 2012년 특수임무유공자로 각각 등록되어 예우를 받아왔다. 문제가 불거진 것은 2024년 5월, ㄱ씨가 보훈청에 추가상이처 등록신청을 하면서였다. 추가상이처는 이미 등록된 유공자가 공무 수행 중 입은 다른 부상이나 질병을 추가로 인정받기 위해 신청하는 제도다.
이 과정에서 ㄱ씨가 1985년 4월 구(舊) 국가보안법 제7조 제1항(찬양·고무 등)을 위반한 혐의로 징역 1년을 선고받은 사실이 40여 년 만에 확인됐다. 이후 보훈심사위원회는 ‘뉘우침 심사’를 진행했고, 뉘우침의 정도가 현저하지 않다는 의결을 내렸다. 뉘우침 심사는 과거 금고 이상의 형을 받은 사람이 관련 법령에 따라 다시 지원 대상이 될 수 있는지 그 진정성을 평가하는 절차다.
이에 관할 보훈청은 2024년 9월 ㄱ씨에 대해 국가유공자법 및 특수임무유공자법 적용을 배제하고 추가상이처 신청도 받아들이지 않았다. 이에 ㄱ씨는 같은 해 11월 중앙행심위에 행정심판을 청구했다.
중앙행심위는 당시 ㄱ씨의 구체적인 범죄 사실과 연령, 건강 상태 등을 종합적으로 검토했다. 우선, ㄱ씨의 범죄행위는 자신의 군 생활을 자랑삼아 이야기하다 나온 것으로, 국가의 존립이나 안전을 위태롭게 할 의도는 없었다고 봤다. 사회적 비난 가능성이 크다고 보기 어렵다는 판단이다.
또한 국가유공자 등록 과정에서 보훈청이 과거 이력을 제대로 확인하지 못한 과실이 있었을 뿐, ㄱ씨 본인의 고의나 과실이 개입된 사실은 없었다. 더욱이 형을 선고받은 지 40여 년이 흘렀고, 그동안 400시간의 봉사활동을 하는 등 사회에 기여해온 점도 긍정적으로 평가됐다.
현재 ㄱ씨는 고령이며 외상후 스트레스 장애(의증) 진단을 받는 등 심리적 안정과 함께 의료 지원 등 보훈 수혜가 절실한 상태다. 중앙행심위는 이런 여러 사정을 고려할 때 보훈청의 처분이 재량권을 일탈·남용했다고 최종 판단했다.
국민권익위 조소영 중앙행심위원장은 "국가를 위해 헌신한 유공자라도 범죄사실이 확인되면 법 적용에서 배제할 수 있지만, 재등록을 위한 뉘우침 심사에서는 단순히 과거 사실을 기계적으로 볼 것이 아니라 반성 태도와 함께 범죄 경위, 건강 상태 등 보훈 수혜의 필요성을 균형 있게 종합적으로 판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