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거래위원회(위원장 주병기)가 2026년 6월 24일 발표한 '공정거래법상 지주회사 및 기업형 벤처캐피탈(CVC) 현황 분석' 결과에 따르면, 지주회사 체제는 대기업집단의 주요 지배구조 형태로 안착했으며, CVC는 초기·중기 벤처기업에 대한 투자를 확대하며 벤처 생태계 활성화에 기여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2025년 12월 말 기준 지주회사 수는 총 173개로, 전년(177개) 대비 소폭 감소했지만 전반적인 증가 추세는 유지되고 있다. 2017년 지주회사 최소 자산 요건이 1천억 원에서 5천억 원으로 상향된 후 일시적으로 감소했으나, 2021년 이후 회복세로 전환됐다. 2026년 공시대상기업집단(대기업집단)의 경우, 102개 대기업집단 중 절반인 51개 집단이 지주회사를 보유하고 있으며, 이는 전년(50개)보다 증가한 수치다.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대명화학, 한국콜마, 오리온, 희성 등이 지주회사를 보유한 채 대기업집단으로 새롭게 지정됐다. 삼성의 경우 기존에 집단 내 지주회사가 없었으나, 삼성바이오로직스의 바이오시밀러 분야가 인적분할되면서 지주회사 삼성에피스홀딩스가 신설됐다. 반면 신세계는 기존 지주회사인 에메랄드SPV가 모회사 이마트에 합병되면서 소멸했고, 중앙과 에코프로는 지주비율 감소로 지주회사 요건을 충족하지 못하게 됐다. 영원은 대기업집단에서 제외됐다.
지주회사 중심의 지배구조로 전환했거나 당초 그러한 구조였던 대기업집단(전환집단)은 47개로, 전년보다 1개 증가했다. 전환집단 수는 2016년 이후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으며, 이는 투명한 구조가 장점인 지주회사 체제가 대기업집단의 주요 지배구조로 자리 잡고 있음을 보여준다.
지주회사의 재무건전성도 개선됐다. 2025년 말 기준 지주회사의 평균 자산총액은 3조 1,754억원으로 전년(3조 165억원) 대비 1,589억원 증가했다. 평균 부채비율은 39.3%로 전년(43.7%)보다 4.4%포인트 낮아졌으며, 법률상 한도(200%)에 비해 충분히 낮은 수준이다. 소속회사 현황을 보면, 전체 지주회사의 자·손자·증손회사는 총 2,357개로 지주회사 1곳당 평균 13.9개의 소속회사를 지배하고 있다. 일반지주회사 및 그 자회사의 자·손자회사에 대한 평균 지분율은 각각 73.7%(상장 42.0%, 비상장 87.0%)와 84.5%(상장 46.1%, 비상장 86.8%)로, 법상 의무지분율 요건(상장 30%, 비상장 50%)을 모두 상회했다.
공정거래법은 금산분리 원칙에 따라 일반지주회사의 금융사 소유를 금지하고 있지만, 벤처투자 촉진 필요성이 커짐에 따라 2022년 법 개정을 통해 일정 요건 하에 일반지주회사가 제한적으로 CVC 주식을 보유할 수 있도록 허용했다. 2025년 말 기준 일반지주회사 소속 CVC는 총 13개사로, 전년(14개사) 대비 1개사 감소했다. 이는 기존 CVC인 두산인베스트먼트의 지주회사인 두산이 지주회사에서 제외됨에 따른 것으로, 해당 회사는 지주 체제 밖에서 벤처투자를 활발히 이어가고 있다. 13개 중 10개사(76.9%)는 CVC 제도 도입 이후 새롭게 설립·등록된 CVC로, 일반지주회사들이 CVC를 통해 벤처기업에 적극 투자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CVC 13개사는 총 85개의 투자조합을 운용 중이며, 2025년에 신규로 설립된 투자조합은 15개로 전년(10개) 대비 5개 증가했다. 투자조합에 출자하기로 한 약정금액은 3,945억원으로 전년(3,330억원) 대비 615억원 증가했다. 15개 조합의 평균 출자약정금액은 263억원으로, 국내 벤처캐피탈(VC) 조합의 평균 약정금액(160억원)보다 64.4% 많은 규모다. 특히 신규조합에 실제로 납입된 투자금 805억원 중 65.2%인 525억원이 CVC 소속 기업집단에서 납입됐다는 점에서, 기업집단 내부 유보금이 CVC를 통해 벤처 생태계로 유입되고 있다고 평가할 수 있다.
2025년 중 CVC 13개사는 151건의 벤처투자를 집행했으며, 총 규모는 1,939억원에 달한다. 이는 2024년 투자규모(2,451억원)보다 소폭 감소했지만, 2023년(1,764억원)보다는 증가한 규모로, CVC를 통한 벤처투자 추이는 꾸준한 것으로 나타났다. 해외투자의 경우 4개 CVC가 총 133억원(총 투자규모의 6.9%)을 투자했다.
투자대상 기업의 업력 분포를 보면, 자금이 많이 필요한 초기기업(업력 3년 미만)과 중기기업(업력 3~7년)에 대한 투자 비중이 2024년 대비 모두 증가했다. 초기기업에 대한 2025년 투자금액은 271억원으로 2024년과 같지만, 전체 투자금액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14.0%로 2024년(11.1%) 대비 2.9%포인트 증가했다. 중기기업의 경우 투자금액은 777억원, 비중은 40.1%로, 2024년(755억원, 30.8%) 대비 각각 22억원, 9.3%포인트 증가했다. 이들에게 2025년 투자된 자금은 총 1,048억원에 달한다. CVC가 모험자본으로서 벤처기업들이 '데스 밸리'(죽음의 계곡)를 극복할 수 있도록 역할을 계속 수행하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업종별 투자비중은 AI·페이먼트 서비스 등 ICT 서비스 분야가 24.9%로 가장 높았으며, 바이오·의료 분야가 23.3%, 전기·기계·장비 분야가 23.2%로 뒤를 이었다.
공정거래위원회는 앞으로도 지주회사 제도와 CVC 운영실태를 지속적으로 모니터링하며, 기업집단 지배구조의 선진화와 대기업과 벤처 생태계의 동반발전을 촉진하기 위한 다각적 노력을 경주해 나갈 계획이다. 올 하반기에는 대기업집단의 소유·출자구조, 내부거래 현황, 지배구조 실태 등을 다각적으로 분석하고 공개해 시장에 정보를 제공하고, 시장 압력을 형성해 대기업집단의 자율적인 행태 개선을 유도할 예정이다. 또한 대기업집단의 소유·지배구조와 거래구조 등의 건전성을 한눈에 종합적으로 조망할 수 있는 '기업집단 건전성 평가 지표'를 개발하는 등 보다 내실 있는 정보를 시장과 이해관계자들에게 공급할 방침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