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1월부터 5월까지 고속도로에서 발생한 교통사고 사망자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52.4% 증가한 96명으로 집계됐다. 이는 2012년 이후 가장 높은 증가율로, 경찰청은 사망자 급증 원인을 심층 분석하고 사고 특성에 맞춘 예방 대책을 추진하기로 했다.
경찰청 교통사고 통계에 따르면 올해 1~5월 고속도로 사망자는 지난해 63명에서 96명으로 33명 늘었다. 같은 기간 교통사고 건수는 1,919건에서 1,768건으로 7.9% 줄었지만, 사망자 수는 오히려 크게 증가해 사고 한 건당 치사율이 높아진 것으로 분석된다.
사고 유형별로 보면 2차 사고로 인한 사망자가 지난해 3명에서 올해 15명으로 400% 급증했다. 고장이나 사고로 길가에 정차한 차량이나 사람을 다른 차량이 들이받는 2차 사고는 고속도로에서 특히 위험한 상황으로 꼽힌다. 또한 정체나 서행 중 발생한 사고로 숨진 경우도 전체 사망자의 12.5%인 12명에 달했다. 경찰은 어댑티브 크루즈 컨트롤(ACC) 같은 주행 보조 기능에 의존한 운전자가 전방 주시를 소홀히 하면서 이런 사고가 발생하는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차량 고장 등으로 고속도로 위에 사람이 서 있다가 목숨을 잃는 경우도 전체 사망자의 15.6%인 15명으로 적지 않았다. 고속도로에서는 사고나 고장 시 차 밖으로 나오지 않고 안전한 곳으로 대피해야 하지만, 이를 지키지 못한 사례가 많았던 것이다.
시간대별로 보면 심야·새벽 시간대(0~2시, 4~6시)와 주간 시간대(10~14시)에 전체 사망자의 48.9%인 47명이 집중됐다. 특히 낮 12시부터 2시 사이에는 대형 화물차로 인한 사망자가 11명에 달해 졸음운전 위험이 큰 것으로 나타났다.
사고 장소를 분석한 결과 직선 구간에서 사망자의 95.8%인 92명이 발생했다. 앞지르기 차로(왼쪽 차로)에서 난 사망자는 22명으로 전체의 22.9%를 차지했지만, 치사율은 11.7%로 주행 차로의 5%보다 2.3배 높았다. 터널이나 지하차도 안에서는 사망자가 지난해 4명에서 올해 14명으로 250% 급증해 폐쇄된 공간에서의 사고 위험이 커졌음을 보여줬다.
단속 장비 설치 현황과 사고 지점을 비교한 결과, 단속 장비가 없는 구간에서 발생한 사망자가 전체의 69.8%인 67명으로 절대 다수를 차지했다. 이는 단속 장비가 사고 예방에 효과적일 수 있음을 시사한다.
경찰청은 이런 분석 결과를 바탕으로 사고 취약 구간과 시간대에 맞춤형 안전대책을 추진한다. 우선 상습 정체 구간과 사고 다발 시간대에 경찰 인력을 집중 배치해 알람 순찰과 안전 관리를 강화할 계획이다. 또 내비게이션 업체와 협의해 상습 정체 구간 정보가 길도우미에 표출되도록 할 방침이다.
운전자 안전 수칙 홍보도 강화한다. 고속도로에서 사고나 고장이 나면 절대 차 밖으로 나오지 말고 갓길 등 안전한 곳으로 대피해야 한다는 점을 집중 알릴 예정이다. 앞지르기 차로 사고 예방을 위해 지정차로 위반 단속을 강화하고, 터널·지하차도 구간은 관계기관과 합동 점검을 통해 안전 시설물을 보강한다.
사고 위험이 큰 직선 구간에는 신규 단속 장비 설치를 적극 검토하고, 이동식 단속 장비 위치를 조정해 사고 예방 효과를 높일 계획이다.
경찰청 관계자는 "자동차 성능이 발전하고 있지만 오히려 운전자 부주의로 고속도로 사망사고가 늘고 있다"며 "고속도로에서는 항상 전방을 주시하는 안전 문화가 정착돼야 한다"고 당부했다.
